'격노'서 "파우치 등 관료들 권고 따른 것"
트럼프 "독자 결정으로 생명 구해"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이 일 때마다 자신의 치적으로 꼽았던 중국발(發) 입국 조기 제한 조치가 실은 그의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미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은 14일(현지시간) NBC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트럼프 대통령 폭로 저서 '격노'의 한 대목을 언급하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책에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앨릭스 에이자 보건장관,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등 보건 전문가들이 지난 1월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여행 제한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부실 대응 비판이 나올 때마다 "보건 전문가들도 반대하던 중국인 입국 통제를 과감히 추진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 주장이 사실은 거짓말이란 얘기다. 미 행정부는 1월 31일 중국에 대한 자국민의 여행을 제한하고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내 사무실과 집무실에 21명이 있었는데 문(국경)을 닫아야 한다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면서 "바로 나였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여행 제한을 지지한 건 자신이 유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드워드는 "참모들이 백악관에 모여 한목소리로 이를 권고했다"고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금 당장 가야 할 길은 이것 뿐"이라고 했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보건 전문가들과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트럼프는 국가 안보와 의료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힘겹게 결정을 내렸을 때조차 모든 공을 자신의 몫으로 돌리길 바랐다"고 적었다.
우드워드는 NBC 인터뷰에서 "9명의 대통령에 대한 책을 썼지만 미국 대통령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특정 지식을 품고 있었다는 게 내게는 큰 충격 중 하나"라고 촌평했다. 그러면서 "역사학자들은 앞으로 수십년간 '잃어버린 2020년 2월'에 대해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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