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부 대형산불, 대선주자 공방 이슈 부각
바이든 "트럼프 집권하면 산불ㆍ홍수 이어져"
트럼프, 민주당 겨냥해 "산림관리 못한 결과"
미국 서부 해안지역에서 대형 산불 40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9일 캘리포니아주 오로빌의 비드웰 바 브리지 뒤편 산비탈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이날 산불이 뿜어낸 연기로 인해 이 지역 하늘이 종일 붉게 물드는 이상현상도 관측됐다. 오로빌=AP 연합뉴스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이다" vs "민주당이 산림 관리를 못한 탓이다"
미국 서부 대형산불의 불똥이 14일(현지시간) 대선주자 간 공방으로 옮겨붙었다. 특히 평소 기후변화 경고를 무시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공세가 거세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주(州)지사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회피 전략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찾아 산불 현황을 브리핑 받으면서 민주당 소속 주지사ㆍ주장관과 설전을 벌였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우리는 기후변화가 진짜라는 과학을 옹호한다"면서 "기후변화 이슈에 관한 근본적인 의견 차이를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라며 호응하는 듯하더니 곧바로 "이제 시원해질 테니 지켜보라"면서 "나는 과학이 실제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후변화를 과장으로 치부하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캘리포니아ㆍ오리건ㆍ워싱턴주 등 서부 지역에선 지난달부터 대형 산불 100여건 이상이 발생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산불 발생 후 피해와 관련해 한 번도 공개 언급을 하지 않았고 12일에야 현장 방문을 결정했다.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 이들 지역은 애초 그의 현장 유세 계획에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카운티의 맥클렐란 파크를 방문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로부터 서부지역 대형산불 관련 브리핑을 받고 있다. 새크라멘토=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캘리포니아 도착 전에도 동행한 취재 기자들에게 "나무가 쓰러지면 곧바로 성냥처럼 건조해져 폭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스트리아나 핀란드 같은 '산림국가'에도 폭발성 있는 나무들이 많지만 미국 같은 산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산림 관리를 잘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부지역 대형 산불이 민주당이 장악한 주정부들의 관리 잘못 때문이라는 공박인 셈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델라웨어주 현장 연설에서 "만약 여러분이 기후 방화범에게 4년 더 백악관을 내준다면 미국에 얼마나 더 많은 산불이 발생하겠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부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 "트럼프의 기후변화 부인이 4년 더 이어지면 얼마나 많은 교외지역이 불타고 물에 잠기고 강력한 폭풍에 날아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선 판세를 좌우할 도시 주변 교외 유권자의 안정 희구 심리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바이든 후보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과 팩트를 무시하는 경향도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나라답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수백만 미국인이 오렌지색 하늘의 그늘 속에서 살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이 곳에 지구 종말의 날이 온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겼다"고 쏘아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델라웨어주 자연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기후변화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월밍턴=로이터 연합뉴스
에릭 가르체티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미 CNN방송에 "만약 당신이 기후변화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산불을 끄는) 소방관들에게 그 말을 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던 대통령이니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도 같은 예측을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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