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응시 제한, 위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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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응시 제한, 위헌 기대한다!

입력
2020.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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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변호사시험 고사장 인근에서 변호사시험법 제7조의 불합리성을 알리고 있다. 오탈누나 제공


헌법재판소가 새 소식으로 전해주는 주요 결정 속보를 유심히 살펴본다. 변호사시험법상 응시 기간 및 응시 횟수의 제한 조항에 관한 위헌 결정이 나올까 궁금해서다. 변호사시험(변시)은 로스쿨을 졸업한 후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졸업하고 5년이 지나면 응시자격이 박탈된다. 1996년 사법시험도 1차 시험을 4회 응시한 자는 그 후 4년 동안 응시할 수 없도록 했지만,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고 곧 폐지됐다. 로스쿨 도입 후 변시가 시행되면서 사법시험과 비교할 수 없는 엄격한 응시 제한제도가 생겼다.

변시는 응시자의 50% 정도만 합격시키므로 응시자격을 박탈당하는 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마다 헌법재판소에 응시 제한제도의 위헌 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이 청구된다. 이미 헌재는 2016년과 2018년에 응시 제한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합헌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은, 장기간 시험 준비로 인력낭비가 심했던 사법시험의 폐해를 극복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또한 로스쿨 졸업 후 5년이 지나면 로스쿨의 전문적인 교육효과가 소멸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헌재 결정의 문제점을 검토할 겨를이 없지만, 시험 준비 중인 자들을 인력낭비(인생 낭비)로 보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기존 법조인들은 응시자 절반이 합격하는 변시에서 5회나 떨어졌으면, 그 능력이 없어 장차 합격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붙을 능력이 없는 자들을 변시 준비 대열에서 강제로 퇴출시켜 다른 길을 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려운 시험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노력을 인력 낭비로 보는 것은 국가주의적·권위주의적 발상이다. 헌재는 응시 제한의 이유로 교육 효과의 소멸을 들고 있는데, 정말 희한한 논리다. 실제로 로스쿨 졸업 후 5년이 지나면 교육 효과가 소멸된다면, 그런 로스쿨은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았던 한글 교육의 효과를 지금도 누리고 있다.

응시 제한 제도는 수험생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의 위험이 수험생에게도 닥친다. 각종 병고와 사고, 출산 등으로 응시자격이 박탈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에 허용된 특별전형으로 로스쿨에 입학하여 졸업한 자들은 차분히 시험 준비를 할 형편이 못 된다. 생활비를 벌고자 일용직 근로자로 전전하다가 응시 제한에 걸려버린다. 돈 없는 자도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다고 선전한 제도를 믿고 입학했던 청년들은 결국 돈이 없어 변호사가 되는 데 실패한다. 응시 제한 제도는 좋은 환경에서 시험공부하는 자들에게 경쟁자들을 제거시켜 주어 쉽게 합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결국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에게 변시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로스쿨 제도는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사정이 명백한 수험생들의 희생하에 마치 성공적으로 정착된 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청년이 제대로 시험에 응시해보지도 못하고 평생 동안 회한과 아쉬움 속에 살아가게 하는 제도는 손볼 필요가 있다. 법조인 지망생에게 로스쿨 졸업이라는 학력 제한을 하고, 로스쿨 졸업자에게는 응시 제한을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폐지해야 자율과 창의가 촉진되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 누구든지 자기 인생은 자기가 결정하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 결정이 사회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면, 국가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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