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과 우드워드로 재구성해본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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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과 우드워드로 재구성해본 북핵

입력
2020.09.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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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비핵화 조건은 안전보장
주한미군보단 한미훈련에 더 예민
군사공격부담은 북미 마찬가지인듯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격노'. 연합뉴스


최근 출간된 밥 우드워드 기자의 '격노(Rage)'는 볼턴 회고록과 함께 북한의 공식 문서와 다른 김정은 위원장의 말과 글을 복원하는데 유용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가져온 질문들을 떠올려보자.

우선 북한은 비핵화할 것인가. 김 위원장에게 핵이란 애지중지하는 집이며 비핵화는 이것을 매물로 내놓는 것과 같다. 우드워드가 인터뷰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자식 가진 부모로서 후대가 핵문제의 짐을 덜게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고 전한다. 아버지에게 핵문제를 이어받을 때 김 위원장이 느낀 심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2018년 3월 정의용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김 위원장은 내키지 않지만 비핵화의 대상이 북핵이라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다음으로 북한은 어떤 조건하에서 핵을 포기할 것인가. 2019년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 친서는 북미 협상의 핵심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이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장밋빛 미래와 경제적 번영 등 화려한 수사를 구사하지만 결국 군사적, 정치적 안전보장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가 북한을 안심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명백하다. 볼턴에 따르면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과 수교가 안되고 70년의 적대 관계가 이어지고 있어 8개월에 불과한 트럼프-김정은 우호 관계에 의지하기 어렵다고 언급한다. 미국의 전함이 북한의 영해에 진입할 때 북한은 어찌해야 하는가 하는 김 위원장의 반문도 군사적 안전보장의 중요성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안전보장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노이 회담이 결렬 위기에 달한 위중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보장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다. 김 위원장은 명확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안전보장의 법적 보장이 없다는 대답만 있었다. 싱가포르 합의 이후 연합군사훈련이 일부 중단된 상황에서 제재 해제가 논의되고 있었기에 군사적 보장, 경제적 보상의 순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우드워드가 밝힌 2019년 8월 5일 김 위원장의 가장 긴 친서는 미국이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지 않은 점을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북미 실무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안전보장 조치가 취약함에 분노한 것이다. 6월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에서 김 위원장이 군사훈련 중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전언이다. 주한미군이 대중 견제용으로 유용하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중 관계의 복잡한 이면을 짐작하게 한다.

무엇이 북미 양국을 움직이는가.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시 북핵이 미국에 발등의 불이라고 충고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핵이 떨어질 때 우선은 미사일 방어체계로 막지만 대북 핵 공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우드워드는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포틴저 보좌관은 미국의 아홉 가지 북핵 대응책을 제시했는데 대북 군사공격과 정권교체가 포함되어 있다. 2017년 7월 북한 미사일 실험이 고조될 때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의 전술미사일 발사 시위가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결국 양국을 움직이는 건 군사 공격에 대한 공포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군이 북한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고 있다. 한국은 무산 위기에 처한 북미 회담을 구원한 유용한 파트너이지만 북한이 두려워하는 상대는 아닌 것이다. 두려움 줄 수 없는데 어떻게 상대를 설득해 나갈 것인가.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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