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명 국시 안 보면 내년 신규 의사 400명 뿐
보건지소 공중보건의 없고, 지역 병원 인턴 못 받아
후년에는 5,000여명 국시몰려 인턴 취업난 우려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 중단을 선언하면서 의료계 집단행동이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2,700명이 넘는 의대 졸업예정자들의 의사 국가고시(국시) 재응시 문제는 풀리지 않아 자칫하면 의사 공급 문제로 내년부터 의료 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의대생 집단행동을 이끌었던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14일 "금일 오전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의 발족으로 의결한 목표점을 달성했기에 모든 단체행동을 공식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7일 동맹휴학, 국시 거부를 시작한 지 39일만이다.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는 의대협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참여하는 단체로, 의대협은 “앞으로 이 기구를 통해 의ㆍ정 합의안 이행을 감시하고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됐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동맹 휴학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특별한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단 행동의 일환으로 낸 휴학계여서 대학들이 이를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질없이 2학기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전임의(펠로ㆍ임상강사)를 시작으로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 의대생까지 차례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면서 의료 현장도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부터 2년간 의료현장의 혼란이다. 국시에 합격해야 의사 면허증을 받을 수 있는데, 내년에 의대를 졸업하는 본과 4학년 학생의 86%(2,726명)가 응시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의대협은 국시 재응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보건복지부는 이날도 "의대생들이 자유의지로 시험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추가시험을 검토할 필요성은 떨어진다고 본다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대로 졸업생 중 14%(446명)만 국시를 치르면 내년 신규 의사(일반의)는 400여명 뿐이다. 매년 3,000여명 넘게 배출됐던 신규 의사 인력이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 3,000여명의 의사들은 병원에 인턴으로 취업해 수련을 받거나 공중보건의(공보의)로 지역 보건소에서 일하며 군 복무를 대체해왔다.
전공의 인력 급감 피해는 지역 사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500여명의 공보의를 충원해야 하는데 400여명의 신규 의사 중 몇명이나 공보의에 지원할지 알 수 없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지금은 전국 1,300여개 보건지소에 대부분 공보의가 1명씩 있지만 내년에는 공보의가 없는 지소가 생겨 순환진료를 해야 할 수도 있고, 전문의를 채용해야 할 수도 있다”며 “특히 전국 140여개의 섬과 오지는 주로 1년차 공보의가 담당하는데 만약 내년 공보의 지원자가 140명 미만이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지방 수련병원들 역시 인턴을 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수련병원은 전국에 200곳이 있지만 현재도 많은 일반의는 소위 ‘빅5’(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받는 것을 선호한다. 수도권의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현재 매년 100여명의 인턴을 뽑는데 인턴 수가 줄어들면 인력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얼마 안 되는 인턴들이 대형병원으로 쏠리면서 지역의 병원들은 아예 인턴을 받지 못해 인력공백이 훨씬 더 심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이처럼 신규 의사 부족에 허덕이지만 이듬해인 2022년에는 반대로 공급 과잉에 직면한다. 1년 유급한 2,700여명의 의대생들이 대거 면허증을 취득하면서 5,000명이 넘는 의사가 쏟아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3,000명이 안되는 인턴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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