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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닮은 천재? 36명 낳은 정자 기증자는 조현병 전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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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닮은 천재? 36명 낳은 정자 기증자는 조현병 전과자

입력
2020.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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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은행, 실수로 가족에게 정보 유출하며 밝혀져
기증자, 사과와 함께 "내 자식 몇명 만나보고 싶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자를 기증해 3개국에서 36명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남성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전과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자를 기증 받은 가족들은 해당 남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실이 들통난 남성은 최근 팟캐스트를 통해 아기와 가족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최근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 등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크리스 아젤레스(43)씨는 자신이 23세이던 2000년부터 조지아주 자이텍스 정자은행에 1주일에 2번씩 정자를 기증하고 돈을 받아 생활비에 보탰다.

정자를 기증받은 어머니들은 그를 이름이 아닌 '기증자 9623'으로 알고 있었다. 어머니들은 정자은행으로 부터 받은 프로필을 통해 정자를 제공한 남성이 지능지수(IQ) 160에 4개 언어를 구사하고 신경공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이며 외모는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를 닮은 것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 정자은행 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그의 정자는 미국 내 여러 주와 영국, 캐나다 등으로 보내졌고, 그는 최소 36명의 아이의 생물학적 아빠가 됐다.

문제는 그가 정자를 기증하면서 작성한 인적 사항들이 거짓이었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 더 선에 따르면 그는 대학원에 다닌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대학을 중퇴했다. 정자를 기증하기 시작한 전년도인 1999년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2005년엔 강도 혐의로 기소돼 8개월 징역형을 살았으며, 2014년엔 사격장 총을 빌려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정자를 기증한지 14년이 지난 2014년에서야 정자 은행이 실수로 그의 이름인 크리스 아젤레스와 이메일 주소를 기증받은 가족에게 보내면서 알려지게 됐다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가족들은 그의 이름을 온라인에서 검색했고, 그가 온라인에 "환청이 들렸다"고 남긴 발언을 찾아냈다. 가족들은 이처럼 관리되지 않는 정자은행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한편 자녀가 정신질환에 걸릴 소인을 물려받지는 않았을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젤레스는 2014년 당시 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허위 사실을 기재해 정자를 기증했다고 자수했으나 형사처벌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의 가족들은 아젤레스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에 따르면 정자은행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프로필에 있는 아젤레스의 신상 정보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들은 정자은행 측에도 2016년부터 12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조지아 대법원에 1건의 소송이 계류 중이다.

크리스 아젤레스. 미국 경찰 온라인 캡처

크리스 아젤레스. 미국 경찰 온라인 캡처


아젤레스는 최근 팟캐스트를 통해 "관련된 가족과 특히 아기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면서 "그들의 신뢰를 저버려 너무 미안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드럼연주자로 성공하기를 꿈꾸던 때 대학을 중퇴하고, 룸메이트 중 한 명이 신문광고를 보고 정자은행을 알려줬다"며 정자 은행을 찾는 경위를 소개했다. 이어 "아이들이 오래도록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길 바란다"면서도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모두는 아니더라도 최소 몇 명은 어느 시점에 만나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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