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의 'WEON→WON' 변경 불허 '정당' 판단
"외국서 우리나라 여권 신뢰도 저하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발음이 부정확해 불편을 겪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여권의 영문성명 표기를 바꿀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이정민)는 A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 영문(로마자) 성명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95년 자신의 이름에 들어가는 ‘원’을 영문 ‘WEON’으로 적어 여권을 발급받았다. 해외 무역업 준비 때문에 출국이 잦았던 그는 2018년 기존 여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자, 해당 표기를 ‘WON’으로 바꿔 새 여권을 신청했다. 변경 신청 이유로 A씨는 “신용카드의 영문 성명(WON)과 여권 표기가 달라 해외에서 카드 사용을 거부당하는 등 불편함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권법상 영문 성명 변경 사유로 정해진 ‘로마자 성명이 한글 성명의 발음과 명백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 등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한글 성명의 ‘원’을 ‘WON’으로 쓰는 국민이 대다수(96.75%)이긴 하지만, ‘WEON’으로 기재하는 경우도 2.4%에 달한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외교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심판 청구도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단순한 발음 불일치를 모두 변경 사유로 규정하면, 여권의 로마자 성명 변경 대상이 과도하게 많아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권의 로마자 성명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면 외국이 우리 국민에 대한 출입국 심사 및 체류 상황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런 현상이 누적될 경우 우리나라 여권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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