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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신라인 무덤…장신구 나올 때마다 엄마들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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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신라인 무덤…장신구 나올 때마다 엄마들 환호했다

입력
2020.09.15 13:00
수정
2020.09.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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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이달 초 유물 발굴 현장 시민에게 첫 공개
문화재청 "코로나에 발상 전환…추가 중계도 계획 중"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경북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 유물에 대해 현장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튜브 캡처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경북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 유물에 대해 현장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튜브 캡처

"집에서 신라시대 유물 언박싱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니, 21세기 짜릿해."(퇴****)

최근 신라시대 고분 유물 출토 현장을 사상 최초로 문화재청 유튜브에서 생중계하면서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됐는데요. 유물 발굴 작업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여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데다, 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도 교육적으로도 획기적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죠. '역사 덕후'들을 설레게 한 이번 생중계,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장신구 일체 출토 70년대 이후 처음…랜선으로 함께한 시민들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경북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 유물에 대해 현장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튜브 캡처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경북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 유물에 대해 현장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튜브 캡처

문화재청 산하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추진단(이하 추진단)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와 함께 3일 오후 문화재청 공식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통해 경북 경주 황남동에 위치한 120호분 발굴조사 관련 설명회를 열었는데요. 이 고분에서는 각종 토기류와 철솥 외에도 상감유리구슬과 금동관, 금동신발, 금귀걸이, 가슴꾸미개 등 중요한 유물들이 발견됐습니다.

특히 피장자가 누워 있는 상태 그대로 전체적으로 장신구 일체가 발굴된 것은 1970년대 황남대총 이래 처음 있는 특별한 일인데요. 이 벅찬 현장을 시민 4,000여명이 랜선으로 지켜보며 함께한 셈입니다. 문화재청 유튜브 채널 동영상들의 조회수는 그간 대부분 1,000회 안쪽으로 집계됐었는데요. 이 생중계 영상은 14일 현재 6만 회를 넘어서면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보통 유물이 출토되면 언론과 전문가, 학자들을 50명 내외로 대동해 현장 설명회를 열어왔죠. 곽창용 추진단장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태풍으로 오프라인 현장 설명회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처음에는 그냥 보도자료를 배포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생중계는 추진단의 정자영 연구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곽 단장은 "그래도 몇십 년 만에 중요한 성과가 나왔는데 의미있는 내용들을 같이 나눴으면 좋겠다는 고민이 있었고, 내부 의논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시민 참여 방식으로 설명회를 열게 됐다"며 "어떻게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 것 같다"고 과정을 밝혔습니다.

"블루베리처럼 생긴 건 뭐죠" "유리구슬입니다"…쌍방향 소통

경북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 유물 관련 생중계에서 시청자들이 실시간 채팅으로 전문가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튜브 캡처

경북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 유물 관련 생중계에서 시청자들이 실시간 채팅으로 전문가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튜브 캡처

시청자들은 큰 호응을 보냈는데요. 이들은 "역사적 순간에 함께 있다"(도****), "책에서 사진, 글로만 배우다 이렇게 실제로 보니 너무 재밌다"(건****),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정말 흥미롭다"(신****), "문화재청 이렇게 일 잘할 일이냐"(C****) 등의 의견을 보였죠. 장신구를 소개할 땐 "온몸에 장신구 플렉스"(H****), "풀세트 장착이면 왕족일까"(서****), "신라인도 하트 모양 좋아했구나"(G****) 등 감탄을 연발했고요.

또한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나요, 토양 때문에 삭은 것인가요"(C****), "블루베리같이 생긴 것은 무엇인가요"(ㅇ****) 등 시민들은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많은 궁금증을 쏟아냈는데요. 이현태 학예연구사와 심현철 특별연구원이 "피장자는 대체로 부식돼 인골이 남지 않고 검은 흙 상태로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블루베리처럼 보이는 것은 코발트색의 유리구슬입니다" 등 댓글로 즉각 답하며 소통하기도 했습니다.

이 학예사와 심 연구원은 발굴 초기부터 각기 관리·감독과 전문연구를 담당, 현장을 잘 파악하고 있어 이날 나란히 책상에 앉아 논의하며 실시간 채팅 대응을 맡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 학예사는 "예상과 달리 국민들이 많이 참여해주셔서 우리도 흥분한 상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즐겁게 답했다"며 "유리구슬을 '블루베리'라고 한 분들이 많았는데 일반적 시각에서 정말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싶었고, 그동안 언론·학계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다 보니 사고 폭이 국한돼 있었던 것이 아닌가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어요.

또한 첫 시도인 만큼 생중계에 앞서 전 과정을 두 차례 예행연습도 했다고 하는데요. 결국 태풍 예보로 현장설명은 사전 녹화로 대체하긴 했지만 생중계할 경우를 대비해 사무실에서 현장에 나가는 시간까지 계산하는 등 꼼꼼하게 점검했다고 합니다. 이 학예사는 "처음이라 통신 문제부터 질문 대응까지 걱정을 많이 했고, 여러 번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줄여 나갔는데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해 다행"이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날 출토 현황과 유물 설명을 맡은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방송이 끝나고 난 후에야 이런 열띤 반응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하는데요. 질의응답 시간에 그는 실시간 채팅에서 나왔던 '발굴 당시 소감'에 대한 질문에 "1996년부터 이 발굴을 해왔는데 '내 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유적을 조사하는구나' 하고 고고학자로서 큰 영광이라는 설렘과 함께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해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자라나는 아이들의 역사 교육 측면에서 유튜브의 순기능을 잘 활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기다려서 봤는데 좋은 기회를 주셔서 고맙다"(S****), "아이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 딸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좋아요' 버튼을 눌러달라고 했다"(단****) 등의 긍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추진단장 "생각지 못 한 반응 당황…발굴부터 전시까지 전 과정 함께"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경북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튜브 캡처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경북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유튜브 캡처

추진단에서는 이런 반응까지는 예상치도 못 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는데요. 곽 단장은 "사실 방송도 처음이라 어려운데 어떤 돌발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실시간 채팅까지, 부담이 있었지만 큰 기대 없이 '실수없이 잘 하자'고 서로 격려하며 준비했다"며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오히려 당황스러운 상황인데 채팅창에 '호주에서 보고 있는데 뿌듯하다', '코로나19 때문에 힘이 빠졌었는데 정말 좋다' 등 생각지도 못한 글을 많이 올려주신 것을 보고 정말 고마웠습니다"라고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아울러 향후 계획도 밝혔는데요. 그는 "아직 유물이 완전히 수습이 안 된 상황이고 그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습과 보존처리 과정도 일부 공개를 준비할 생각"이라며 "처음 발굴부터 수습, 보존처리, 최종 전시 과정까지 전체적으로 국민들께 앞으로 계속 보여드리면 좋지 않을까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많은 시민들이 함께 역사적인 유물 발굴 현장의 설렘을 나눈 순간을 살펴봤는데요. 앞으로 또 어떤 장면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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