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해경’ 시비 붙은 고등학생에 보복폭행

경찰 신고에 앙심 품고 주먹 휘둘러

제주서 술에 취한 해경 간부가 길을 가다 자신과 시비가 붙은 고등학생들이 경찰에 신고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보복폭행을 가해 학생 중 1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귀포해양경찰서 전경.

14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서귀포해양경찰서 소속 해양경찰관 A(46) 경위가 상해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경위는 지난 9일 오후 9시쯤 서귀포 시내에서 술에 취한 채 길을 가던 중 앞서 가던 고등학생 4명과 시비가 붙었고, 학생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학생들은 “뒤에서 아저씨(A경위)가 발을 툭툭 찼다”고 진술했고, A경위는 “술에 취해 걷다보니 발이 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 2명과 A경위, 목격자 등 4명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귀가 조치했다.

하지만 A경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날 9시54분쯤 자신을 신고한 고등학생들을 찾아가 주먹을 휘두르는 등 보복폭행까지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학생 1명의 코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 이어 A경위는 사건 현장을 벗어나 이동 중에 화물차에서 짐을 내리던 운전기사까지 폭행했다. 폭행 이유에 대해서는 경찰이 현재 조사 중이다.

또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인근에 있던 A경위를 붙잡았고, 이 과정에서 A경위는 여성 경찰의 허벅지를 깨물어 상해를 입힌 것으로 파악됐다.

A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A경위에 대해 직위해제하고, 수사 결과가 나오면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제주도교육청도 해당 학교와 연계해 피해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피해 학생들이 중학생으로 알려졌지만, 교육 당국에서 확인한 결과 서귀포시 모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로 확인됐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