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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지형이 바뀐다... 엔비디아 ARM 전격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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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지형이 바뀐다... 엔비디아 ARM 전격 인수

입력
2020.09.14 18: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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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소프트뱅크, 자회사 ARM 400억달러에 매각
업계 역대 최대 규모…美 엔비디아 입지 공고히
삼성, 특허료↑,?영업비밀 노출 등 부작용 우려
中ㆍ英 등 주요국 규제 문탁 탓 무산 가능성도

14일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를 발표한 세계 최대 그래픽 처리장치 업체 미국 엔비디아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14일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를 발표한 세계 최대 그래픽 처리장치 업체 미국 엔비디아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인수한다. 반도체 업계 1등 기업끼리의 만남이다. “반도체 지형 자체를 바꿀 만한 사건(로이터통신)”이라는 이번 인수ㆍ합병(M&A) 소식에 경쟁 업체들은 물론, 영국과 중국 정부도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다. 물론 규제 당국의 승인이라는 산은 남아 있어 거래 불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영국에 본사를 둔 자회사 ARM을 역대 업계 최고액인 400억달러(47조4,000억원)에 엔비디아로 매각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에 215억달러 규모의 보통주(4,430만주)와 현금 120억달러를 지불하고 ARM 실적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최대 50억달러의 현금이나 주식을 추가로 받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는 약 8% 안팎의 엔비디아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20억달러에 인수했다.

엔비디아와 ARM의 결합은 ‘반도체 공룡'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시장 재편을 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미에 딱 들어맞는 소식이기도 하다. 비디오게임 그래픽 최강자인 엔비디아는 최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사세를 확장 중이고, 반도체 설계도를 만드는 ARM은 애플, 삼성전자, 퀄컴 등과 거래하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의 약 90%에 자사 기술을 공급하는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관건은 영국과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관련국의 까다로운 규제 문턱을 넘느냐이다. 최소 18개월이 소요될 승인 심사 절차가 예상되는데, 무산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선 ARM 본사가 속한 영국 내에서 기술주권과 일자리보호 문제를 놓고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4년 전 ARM을 소프트뱅크에 처음 매각했을 당시에도 불거졌던 문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정부는 케임브리지 소재 ARM 본사 유지와 3,000명의 영국 인력 유지 등 엄격한 매각 조건을 내걸 계획”이라며 “ARM 기술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일 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독점 우려는 중국과 EU 등에서도 나온다. 엔비디아가 ARM 반도체 설계를 독점 사용할 경우 고객사인 애플, 삼성, 화웨이 등 글로벌 업체들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ARM은 주로 반도체 설계 외에는 제조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등 반도체 시장에서 일종의 ‘공공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ARM 인수 후 특허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거나 특허료를 높게 받는 등의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삼성전자 등은 ARM 설계도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만들고, 라이선스 비용을 ARM에 내기만 하면 됐다. 이 때 ARM 설계를 쓰려면 자사 영업 비밀인 로드맵 등을 ARM측에 공개해야 하는데, 합병으로 반도체 경쟁사 엔비디아에 로드맵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개방형 라이선스 모델과 고객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독점 의혹을 일축했지만 업계의 의구심을 불식시킬지는 미지수다. 실제 2018년에도 미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NXP반도체 인수 시도가 중국 당국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적이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산업 주도권을 놓고 미중이 격전을 벌이고 있어 이번 인수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M&A 전문가인 히라이 고지는 블룸버그통신에서 “ARM의 중국 자회사 ARM차이나가 중국 당국의 영향력 아래 있어 양국의 갈등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달래 기자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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