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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증상보다 무서운 것

입력
2020.09.1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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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국 식당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재인도네시아외식업협의회 제공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국 식당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재인도네시아외식업협의회 제공

대학병원 간호사였던 아내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폐쇄된 다른 병원 근무를 굳이 자원했다. 아홉 살 아들을 핑계 삼아 말리다가 아내의 직업의식을 존중했다. 감염 및 낙인효과 걱정에 잠 못 들었다. 아내는 무사히 돌아왔고 주변의 격려를 받았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결핵, 메르스 등 감염병 환자들을 일선에서 돌본 20년 경력의 아내조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무섭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발병 반년만인 지난달 27일 자카르타에 첫 한인 감염자가 발생했다. 14일 현재 13명으로 늘었다. 지방 거주 한인과 입국자 발병 사례는 있었으나 교민이 밀집한 자카르타에 확진자가 나오자 한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열악한 의료체계, 환자 동선 비공개 원칙, 현지인 접촉이 잦은 일터 등 이 땅의 현실과 방역이 앞선 모국을 그리는 이방인의 처지가 맞물리면서 두려움이 증폭됐다. 동선 공개 요구, 특정 기업 낙인찍기도 눈에 띄었다.

코로나19는 감염에 앞서 사람들의 심리를 붕괴시키는 무서운 병임을 새삼 실감했다. 배려, 존중, 이해 등 더불어 사는 가치는 공포에 짓눌렸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식당과 소속 회사 이름, 각종 부정확한 정보보다 소중한 걸 우리는 잃고 있는지 모른다. 다행히 한인 사회는 자발적인 동선 공개 및 2주 자가격리 운동, 건강한 토론으로 시나브로 공포에 맞서고 있다. 더구나 6개월간 '한인 발병 제로(0)' 기록은 자부할 만하다. 자카르타의 코로나19 환자는 인구가 비슷한 서울의 11배가 넘고, 지난달 20일 기준 해외동포 감염자는 577명이다.

외국 신문에 '세상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공개 질문이 실렸을 때 가톨릭 사상가가 짤막한 답신을 보냈다고 한다. '담당자에게, 그건 바로 나입니다. G. K. 체스터턴 드림.'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자. 너를 향한 아우성이 나를 향할 때 우리는 전대미문의 질병을 극복할 답을 찾을 것이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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