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한硏 발원" 옌리멍, 두 달째 증거 없이 폭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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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우한硏 발원" 옌리멍, 두 달째 증거 없이 폭로만

입력
2020.09.15 10:00
수정
2020.09.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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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도 미국·대만에서 '코로나19 발원' 관련 주장
"우한연구소" "인민해방군 군사실험실" 주체 바뀌어

지난달 12일 미국 매체 뉴스맥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옌리멍 박사. 션 스파이서 유튜브 캡처


인류를 위해 진실을 밝히려는 내부고발자일까요, 세계적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짓말쟁이일까요.

여기 전 세계를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에 대한 충격적 폭로가 나왔습니다. 폭로의 주인공은 홍콩대 공중보건대학원에서 바이러스학과 면역학을 전공한 옌리멍(閻麗夢) 박사입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ITV의 토크쇼 '루즈우먼'과 화상 인터뷰에서 옌 박사는 "코로나19의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의 수산물시장이 아니라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나왔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가 '거짓말쟁이'일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증거를 바로 내놓지 않았다는 점 때문인데요. 현재는 "앞으로 공개할 것"이라며 예고만 한 상태입니다. 옌 박사는 "유전자 염기서열은 인간의 지문과 같이 식별이 가능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우한연구소 발원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담은 보고서는 생물학적 지식이 없을지라도 읽어 보면 코로나19가 왜 중국의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것인지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얼굴, 어딘가 처음 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옌 박사의 코로나19 관련 폭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꾸준히 중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폭로를 내놨습니다. 옌 박사의 폭로는 지난 7월 10일 미국 보수 매체 폭스뉴스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면 나는 사라져서 살해될 것"이라고 입을 뗐습니다.

옌 박사는 당시 여러 매체에 "코로나19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실험실에서 나왔다"라고 고발해 화제를 모았죠. 그런데 잠깐, 왜 이번에는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라고 얘기가 달라진 걸까요? 그는 대체 누구일까요? 우선 옌 박사가 그 동안 어떤 폭로를 이어왔는지 한번 짚어볼까요.

7월에도 폭로…"코로나19 유행 경고했지만 묵살당해"

지난 7월 10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옌리멍 박사. 폭스뉴스 유튜브 캡처


첫 폭로는 자신의 대학연구소 책임자에게 "코로나19가 유행병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묵살당했다는 내용입니다. 옌 박사는 자신의 스승인 홍콩대 레오 푼(潘烈文) 교수의 제안으로 지난해 12월 그의 홍콩대 바이러스 실험실 연구에 참가했다고 했습니다. 당시 옌 박사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발견해 푼 교수와 그의 스승인 말릭 페이리스 교수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페이리스 교수는 WHO의 코로나19 비상위원회 고문이고, 푼 교수는 홍콩대의 WHO 참고실험실 책임자입니다. 페이리스 교수는 스리랑카 출신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병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홍콩에서 활동 중인 미생물학자입니다. 또한 홍콩대 바스더연구센터 공동 소장, 홍콩대와 WHO 조류인플루엔자 참고 실험실 공동 책임자, 홍콩대 공중위생대 바이러스학과장 등을 지냈죠.

푼 교수도 WHO 독감 진단 워킹그룹 등을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에서 바이러스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네이처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신종 코로나 연구 논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고, 2003년 사스바이러스 공동 연구·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물체 표면 생존 연구도 같이 했죠.

옌 박사는 "푼 교수가 처음에는 내 말을 듣고 연구를 계속하라고 조언했지만 1월에 더 많은 증거들을 보여주자 교수로부터 (정권의)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다"고 폭스뉴스에 전했습니다.

이에 WHO는 해당 매체에 "페이리스 교수와 푼 교수 모두 WHO 전문가 팀에서 일했지만 WHO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매체는 교수들의 입장을 확인받지는 못했습니다.

"중국 정부와 WHO, '사람 간 감염' 알고도 묵살"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7월 3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또 다른 폭로는 코로나19의 인간 대 인간 감염 가능성을 국제 사회에 일찍 알릴 수 있었으나 중국 정부와 WHO가 막았다는 내용입니다. 옌 박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한 연구진이 그에게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났다고 전했습니다. 옌 박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또한 묵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미리 알리기만 했어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숨을 거두지는 않았을텐데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는 물론 WHO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러스,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실험실에서 나와"

7월 28일 대만 매체 루드프레스와 인터뷰 하고 있는 옌리멍 박사. 루드프레스 유튜브 캡처

이후로도 옌 박사의 폭로는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이번엔 코로나19의 발원지에 대한 제보입니다. 7월 28일 옌 박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유튜브 채널 '워룸'에서, 또 대만 매체 루드프레스에서 "코로나19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실험실에서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때에도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죠.

이뿐만 아니라 망명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 그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자신을 조사했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그는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죠. 물론 FBI도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반면 폭스뉴스는 "이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보이는 영수증을 확인했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도 매체는 해당 영수증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1월 홍콩대에서 연구 수행 안 해"… 홍콩대와 진실 공방

중국 출신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이 11일 영국매체 ITV 토크쇼 루즈 우먼과 인터뷰하고 있다. ITV 영상 캡처


만약 옌 박사의 모든 폭로가 사실이라면 너무나 무서운 상황인데요. 문제는 옌 박사가 증거 예고만 할 뿐 실제 증거를 아직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7월 초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그는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미국 정부에 제공할 의향이 있다"며 증거 제시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지 물음표를 달게 만드는 상황입니다.

홍콩대도 그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7월 11일 홍콩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옌리멍 박사는 홍콩대 박사가 맞지만 현재는 대학을 떠났다"며 "옌 박사의 의견은 홍콩대를 대변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은 것이죠.

또 "옌 박사는 홍콩대에서 2019년 12월~2020년 1월 사이 코로나19의 인간 대 인간 전염과 관련된 어떠한 연구도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대학 측의 말이 사실이라면 옌 박사는 진실 폭로는커녕 전 세계를 대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겠죠.

옌 박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매체들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어요. 가장 최근 인터뷰를 한 영국 ITV는 최대 민간 방송국으로 주로 오락 프로그램에서 BBC방송과 경합을 하고 있습니다. '루즈우먼' 프로그램도 가십성 흥미 뉴스를 전하죠. 옌 박사는 왜 다큐멘터리나 뉴스 채널이 아닌 이곳에 출연한 걸까요?

앞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주장도 이번에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나왔다"고 바뀌었는데요. 이 또한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옌 박사가 "바이러스가 중국 실험실에서 발원했다는 보고서를 곧 발표하겠다"고 하니 이를 기다려봐야 할 듯합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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