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일일 계약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현행법 특고 산재보상 가능케 했지만
범위 포함 안되고 전속성 입증안되면 불가
지난 10일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의 희생자인 하청업체 계약 화물차 운전기사 A(65)씨는 산업재해로 사망했음에도 고인의 유가족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씨는 고용노동부의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으로 7월부터 산재보험 당연적용 대상이 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속하지만, 그의 특고 ‘지위’가 법의 테두리 밖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8년 역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건 이후 산업안전법과 산재보상보험법을 손보면서 특고 및 하청 노동자의 산재 누락을 막아왔지만, 어김 없이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A씨의 생명을 앗아간 스크루 운반 작업에는 3곳의 회사가 연관돼 있었다. 작업의 안전 감독자는 원청인 태안화력발전소, 즉 한국서부발전이다. 스크루를 고치는 일은 신흥기공이라는 하청업체가 맺었는데 이 회사가 A씨와의 계약 당사자다. 작업 당일 스크루를 지게차로 들어 A씨 화물차에 옮긴 회사는 또 다른 하청업체였다. 노동계가 이번 사고를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비극'이라 부르는 이유다.
사실 복잡한 고용구조와 상관없이 산재 피해를 입은 화물차주가 보상을 받을 길은 열려있다. 고용노동부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7월 1일부터 화물차주 등 특고 5개 업종에 대해 산재보험 당연적용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즉 해당 업종에서 일하다 산재를 당할 경우 사업주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원청인 서부발전이 A씨의 지위를 ‘부품 반출정비를 위해 신흥기공에서 일일 임차한 운송사업자 겸 운전기사’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A씨는 화물차주 중에서도 산재보험을 적용 받는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철강재 △위험물질(인화성 물질 등) 운송 화물차주에서는 제외된다. 고용부는 “이번 산재보험 확대로 약 7만5,000명의 화물차주가 보호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큰 것이다.
A씨가 적용 업종에 해당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현행법은 산재보험 당연적용이 되는 특고를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직종으로 본다. 즉 계약의 ‘전속성’이 분명한 경우에만 사업주의 산재보험 가입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하청업체인 신흥기공과 일일 계약을 맺은 A씨의 경우 전속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특고 산재보험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는 있지만 이처럼 빈틈이 많은 탓에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된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 대책회의가 지난 2일 국회에 “산재보험법상 전속성 기준을 삭제해야 한다”고 의견서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전속성 기준은 특고 사회안전망의 실질적 적용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독소조항”이라며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기사 등 전속성이 낮은 특고와 플랫폼 노동자가 산재보상에서 소외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산재보험을 통한 특고 보호 확대는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회적 보호 필요성은 사업장 전속성이 약한 종사자라 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며 권고한 바이기도 하다. 이후 국회에서도 법 개정 시도는 있었지만, 산재보험료 책임에 부담을 느끼는 경영계의 반발로 논의에는 진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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