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쌍둥이 대상 성장과 유전 관계 분석
변성ㆍ초경 시작 10년간 4~5개월 빨라져
"성장 속도 개인차엔 유전 영향 상당"
과거 10여년 동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변성과 초경 시기가 평균 4, 5개월 앞당겨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의 성장이 예전보다 빨라졌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 속도라면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가 목소리가 바뀌고 초경을 시작해도 남들보다 지나치게 빠른 건 아닌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국민대 교양학부 허윤미 교수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최근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쌍둥이 연구와 인간 유전학’에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진은 20, 30대 한국인 남자 쌍둥이 955명을 대상으로 목소리가 언제 변하기 시작했는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1988~93년 태어난 쌍둥이는 평균 만 14.38세, 1994~2001년 출생은 14.02세에 변성이 시작됐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약 10년 사이 변성 시기가 4.3개월 빨라졌다는 의미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조사 참가자들이 지금으로부터 10~20년 전 중학교 1, 2학년 때 변성이 시작됐으니, 이 속도를 감안하면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목소리가 변하는 게 비정상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연구진은 앞선 논문에서 국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초경 연령도 조사했다. 조사에 참가한 10, 20대 여자 쌍둥이 1,370명 중 1988~90년 태어난 이들은 평균 12.75세, 2000~01년 출생은 12.34세에 생리를 시작했다. 이를 통계 분석한 결과 초경 시기는 약 10년 사이 4.9개월 앞당겨졌다. 여자 청소년의 사춘기 성장이 남자보다 더 빨라진 것이다.
변성과 초경은 2차 성징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학계에선 청소년들의 성장이 빨라지는 이유로 영양 섭취나 유해물질 노출 등을 비롯한 환경 요인을 주로 지목해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들 두 논문에서 개인 간 성장 속도의 차이에는 유전의 영향도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정 현상에 대한 유전의 영향을 알아볼 때는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유용하다.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과, 대략 절반만 닮은 이란성으로 나뉜다. 연구진이 변성 시작 연령이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를 나타내는 상관계수를 계산한 결과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가 각각 0.6, 0.25로 나왔다. 상관계수가 1.0에 가까울수록 닮은 정도가 높다.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보다 서로 더 비슷한 시기에 목소리 변화를 겪었다는 의미다. 이를 사회과학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구조방정식 프로그램에 적용했더니 유전이 영향을 미치는 비율(유전율)이 59%로 산출됐다. 개인별 변성 시작 연령에 유전의 영향이 절반 이상이라는 얘기다. 같은 방식으로 분석한 여자 쌍둥이들의 초경 유전율은 72%였다.
허 교수는 “세대별로 평균적인 성장 속도가 달라지는 건 환경의 영향을 주로 받지만, 같은 세대 안에서 개인 간 성장 속도의 차이엔 유전이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청소년들의 건강 진단이나 질병 치료에 개인별 유전적 요인을 더 비중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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