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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백희나 '구름빵' 논란 ... 전문가들 "포괄적 매절 없는 표준계약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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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백희나 '구름빵' 논란 ... 전문가들 "포괄적 매절 없는 표준계약 만들자"

입력
2020.09.15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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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구름빵' 표지(왼쪽 사진)와 백희나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구름빵' 표지(왼쪽 사진)와 백희나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구름빵' 저작권 논란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대법원이 '계약상 문제가 없었다'며 출판사 손을 들어줬지만, 백 작가와 출판사 한솔수북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출판계에선 창작자의 저작권을 합리적으로 보장하고 출판사 역시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4년 출간된 구름빵은 단행본만 40여만부가 팔리고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2차 상품으로 만들어진 히트작이다. 지난 4월에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ALMA)을 수상해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원작자인 백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계약금과 추가 지급분 등 1,850만원만 받았다고 하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저작권 전체를 출판사 측에 일괄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계약을 맺은 게 문제였다. 백 작가는 2017년 매절계약 무효소송을 냈지만 1,2심 재판에서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에서도 졌다.


백희나 작가가 최근 tvN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구름빵 저작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로그램 화면 캡처

백희나 작가가 최근 tvN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구름빵 저작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로그램 화면 캡처


최종 법적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양측의 책임 공방은 쉬이 끝나지 않는 모습이다. 백 작가는 최근 tvN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관행이란 이름으로 행해졌던 매절 계약의 부당함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백 작가는 14일 통화에서 “질 걸 알면서도 승산 없는 싸움에 나선 이유는 적어도 저처럼 지독하게 피해를 보는 사례를 다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절계약 당시부터 소송까지 법에 문외한인 작가가 법무팀까지 갖춘 기업을 상대로 동등한 입장에서 계약을 맺어 권리를 지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며 "매 순간이 지뢰밭이었다”고 토로했다.

한솔수북 측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조은희 대표는 페이스북에 백 작가를 두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마케팅 등 출판사의 공력은 무시한 채 모든 것을 혼자 이룬 것처럼 떠든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조 대표는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지 않은 채 그간의 출판사의 노력을 폄하하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개인적으로 글을 적었다”고 말했다.


구름빵 저작권 논란의 당사자인 한솔수북 조은희 대표가 백희나 작가의 방송 출연 발언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구름빵 저작권 논란의 당사자인 한솔수북 조은희 대표가 백희나 작가의 방송 출연 발언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출판계에선 이미 법적 판단이 모두 끝난 사안을 두고 양측이 설전만 이어가기보다 건설적 대안 마련이 필요할 때라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창작자가 저작권의 사용 범위를 쪼개 계약하는 형태로 개선책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매절계약 자체를 악으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구름빵' 계약에서는 출판 행위에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권리까지 양도하도록 매절 범위가 너무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2차 저작권에 대해선 포괄적 저작권 계약 관행을 없애고 필요한 만큼만 잘게 쪼개서 계약하는 방안이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일이 작가가 개별적인 계약을 두고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일정 정도의 계약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놓는 것도 방법이다. 장 대표는 “호주 작가협회는 계약금을 비롯, 강연비 등을 최저임금처럼 정해놓고 협상에 나선다"며 "작가의 권익을 보호하는 공동의 목소리가 마련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출판계 역시 '구름빵' 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창작자들과 상생하는 저작권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자체적으로 '출판저작권법 선진화 추진위원회'를 가동, 창작자와 출판사가 계약 시 참고할 수 있는 표준 계약서를 만들고 있다.

박노일 대한출판문화협회 저작권 담당 상무이사는 “저작자들 사이에서 매절계약이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고 이를 반영해 정액계약 대신 정률계약이 보편화된 만큼 매절계약은 표준계약서에 포함시키지 않을 방침”이라며 “표준계약서가 강제성은 없지만, 상생하는 저작권 계약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기준은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출협은 추후 작가협회 등과도 의견수렴을 거쳐 표준계약서 개선안에 창작자들의 입장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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