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통신 부품 제조 전문 기업 '오이솔루션'
2008년 세계 최초 양방향 광트랜시버 개발
5G 상용화에 필수인 초고속 광트랜시버 양산
日 수입 의존하는 레이저 소자 국산화에 도전
편집자주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나라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의 기술 자립 중요성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일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경쟁력을 격주로 소개합니다.
17년 전 3평짜리 컨테이너 박스에서 태동한 강소기업의 꿈
2003년 8월, 광주시 북구의 한 차량등록사무소 공터에 면적 9.9㎡(3평)짜리 작은 컨테이너로 만든 사무실이 들어섰다. 출입문에는 '광(Optics)'과 '전자(Electronics)'의 앞 글자를 딴 '오이(OE)솔루션'이라는 명패가 걸렸다. 광통신부품 제조,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오이솔루션의 첫 시작은 이렇듯 볼품없었다.
당시는 2000년 초반 불어 닥친 '닷컴버블'로 전 세계 통신 산업이 붕괴한 직후였다. "지금 광통신 회사를 차리는 건 망하는 길"이라는 주변의 만류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오이솔루션의 창립멤버 8명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전원이 삼성전자와 미국 벨연구소 출신 전문 엔지니어인 이들은 조만간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도래해 광통신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라 확신했다. 창립멤버 중 한 명인 박용관(69) 오이솔루션 대표이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회사를 세웠다"면서도 "기술력만큼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박 대표 역시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벨연구소, 나노광학업체 나노옵토 등에서 일한 이 분야 전문가다.
13년이 지난 지금 오이솔루션은 연 매출 2,000억원, 시가총액 4,000억원에 400명 넘는 임직원이 일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광주 북구 첨단산업단지 내 2만4,842.50㎡(7,514평)의 대지에 번듯한 신사옥과 생산 공장을 지었다.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 시스코 등 국내외 주요 통신장비 기업이 오이솔루션의 고객사다.
오이솔루션의 주력 제품은 광트랜시버다. 광트랜시버는 트랜스미터(광송신기)와 리시버(수신기)의 합성어로 전기 신호를 빛 신호로, 또 빛 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준다. 엄지손가락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유ㆍ무선 통신과 인터넷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오이솔루션은 2008년 세계 최초로 양방향 광트랜시버를 개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반 광트랜시버는 수신, 송신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두 개의 광섬유 회선을 사용한다. 이를 위해 통신사업자들은 연간 수천억원을 광섬유 회선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었다. 반면 오이솔루션이 개발한 양방향 광트랜시버는 수신, 송신 신호를 한 회선에 전송할 수 있어 통신사업자들의 회선 임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줬다. 시장 수요가 폭증했고, 오이솔루션은 창업 7년 만인 2010년에 처음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지난해 4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세계 최초로 5세대(5G) 상용화에 성공하며 오이솔루션은 또 한 번 날개를 달았다. 4G보다 20배 빠른 5G의 성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고속, 고품질의 광트랜시버가 필수다. 오이솔루션은 이를 내다보고 수 년 전부터 초고속 광트랜시버 개발에 들어갔다. 한국의 통신사업자들이 다른 국가 통신사업자들과 경쟁을 하면서 5G 상용화 일정이 예정보다 1년이나 앞당겨지는 바람에 개발 막바지에는 '시간과의 싸움'에 애를 먹기도 했다.
박 대표는 "2017년과 18년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신제품 개발 투자와 양산에만 집중했다"며 "전쟁터에서 고지 점령에 모든 전투력을 투입하는 자세로 매달렸다"고 했다. 오이솔루션은 5G 상용화에 맞춰 10기가(초당 100억번 디지털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속도)와 25기가(초당 250억번) 광트랜시버 양산에 성공했고,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오이솔루션은 광트랜시버 제조를 넘어 레이저 소자 개발에 도전한다. 레이저 소자는 광트랜시버에 탑재되는 필수 부품으로 미국,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레이저 소자의 국산화는 국가적인 과제로 부상했다.
박 대표는 "우리 힘으로 레이저 소자를 만들 수 있어야 광트랜시버 산업에서 독립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며 "개별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국산화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정부 차원의 꾸준한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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