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어워드(9.17)
빌딩 강화유리의 안전성 시범을 보이다가 추락사한 한 남성의 사연을 소개하며 '다윈 상(Darwin Award)'을 언급한 적이 있다. 다윈상은 "어리석은 방식"으로 "자신의 생명을 최종적으로 희생시킴으로써 인류 유전자 풀의 건강성과 종의 장기적 생존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스탠퍼드대에서 신경생물학을 연구하던 과학자 웬디 노스컷(Wendy Northcutt, 1963.9.17~)이 1993년 제정했다.
1985년 8월 '유즈넷(Usenet)'이란 한 인터넷 뉴스 토론공간에서 농담 같은 발상이 비롯됐다. 자동판매기를 털려다 기계에 깔려 숨진 남자 이야기 끝이었다. 사실 그런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노스컷은 아예 웹사이트를 열었고, 1999년 대학원 생활을 접고 다윈어워드 전업에 나섰다. 2002년 사이트 방문자 수는 월 평균 700만명에 달했다.
제1 수상 요건은 특정 행위로 숨지거나 불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행위가 충분히 어리석어야 하고, 인류 유전자 풀에 긍정적 기여를 했을지 모르는 다른 희생자가 없어야 한다는 것도 주요 요건이다. 이미 자녀를 두었다면 후보에서 제외돼야 마땅하지만, 혼외자녀나 자기도 모르는 자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공정성을 위해 그 조건은 배제했다고 한다. 그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매년 다수의 수상자를 선정하고, 각각의 사연을 소개하는 책도 출간해 왔다. 자칭 "선구적 사망학자(thanatologist)"인 노스컷은 "다윈상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서글픈 진실을 미소로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과학적 열정과 자료 분석에 근거한 상"이라고 소개했다. 비난하는 이도 물론 있다. 기후 위기를 방치해 온 인류 전체가 수상자여야 할지 모른다.
2020년 수상자는 후지산을 스키로 활강하며 휴대폰 생중계를 하다 숨진 남성, 호주의 한 휴화산 싱크홀 안전 펜스를 쥐고 물구나무를 서다가 추락사한 남성, 미국의 한 오지로 보물을 찾으러 갔다가 조난사한 남성이 수상했다. 역대 수상자의 약 90%가 남성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