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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황금 변기는 어때?

입력
2020.09.15 04:30
수정
2020.09.15 11:3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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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백악관 예술(9.15)

구겐하임 미술관이 백악관의 반 고흐 그림 요청을 거절하며 대신 제안했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조형 작품 '아메리카'. 위키미디어 커먼스.

구겐하임 미술관이 백악관의 반 고흐 그림 요청을 거절하며 대신 제안했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조형 작품 '아메리카'. 위키미디어 커먼스.


어느나라나 대체로 그럴 테지만, 미국 백악관은 박물관이자 미술관이다. 복도의 도자기며 집무실과 식당 벽 그림 하나하나가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이다. 전담 큐레이팅 팀도 있다. 1961년 미 의회는 그 직무를 법으로 규정했고, 새 대통령 부부는 새 작품을 선정해 공적 공간을 꾸미는 걸 권리이자 의무로 수행해야 한다. 2018년 현재 백악관이 보유한 예술 작품은 약 6만5,000점. 회화 작품만도 500여점이다.

2017년 백악관 생활을 시작한 도널드-멜라니아 트럼프 부부는 구겐하임미술관의 빈센트 반 고흐 작품 '눈 덮인 풍경(Landscape With Snow, 1888)'을 골랐다. 백악관 측은 구겐하임에 작품 대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백악관이 청하면 미국 대소의 미술관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작품을 대여하는 게 관례. 힐러리 클린턴은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을 대여받았고,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 최초로 흑인 여성작가 알마 토머스(Alma Thomas)의 추상회화 작품 'Resurrection'을 택해 다이닝룸 벽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구겐하임은 그 청을 거절했다.

구겐하임 큐레이터 낸시 스펙터(Nancy Spector)는 9월 15일 백악관 큐레이터(Donna Hayashi Smith)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해당 작품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 반출이 금지된 작품'이라며 대신 '대안'을 제시했다. 디자이너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1960~)의 '아메리카'라는, 18캐럿 금으로 만든 황금 변기였다. 황금만능주의를 풍자한 작품이자 실제로 쓸 수도 있는 변기여서, 앞서 구겐하임미술관은 약 1년간 5층 전시실 화장실에 그 작품을 '전시'해 관람객이 이용하도록 했다.

물론 작가의 사전 동의를 받은 제안이었다. 동의의 이유를 묻자 카텔란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죽을 때에나 알려나"라고 동문서답(?)했다. 백악관은 미술관의 제안에 묵묵부답했다.

작품 '아메리카'는 2019년 9월 영국 옥스퍼드셔 블레넘궁(처칠 생가)에서 전시 중 도난 당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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