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법무부장관 엄호가 '선'을 넘고 있다. 의원들이 총력 방어에 나선데 이어,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황희 의원은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의 진술을 ‘범행’으로 표현했다. 당직사병의 실명을 거론하면서다. 그는 검찰 수사 중인 이번 사건의 참고인이다.
추 장관은 13일 아들 의혹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정치권은 ‘참고인 범죄자 낙인 공방’으로 달아올랐다. 여권은 의혹을 가리키는 각종 정황을 “검찰이 수사로 풀면 될 일”이라고 일축해 왔지만, 스스로 거친 여론전을 거듭해 역풍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황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이 사건의 최초 트리거인 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이 사건을 키워 온 현○○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썼다. 현씨가 몰랐을 뿐 추 장관 아들 서모씨의 휴가를 지역대장이 허가한 만큼, 현씨의 진술은 허위이자 악의적 범행이란 주장이다. 황 의원은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먹었다”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 “국정 농간 세력은 반드시 밝혀내고 뿌리뽑아야 할 것” 등의 말을 이어갔다.
20대 민간인인 현씨를 배후가 있는 중대 범죄자로 묘사한 것이다. 비판이 쏟아지자 황 의원은 “실명 공개는 언론이 먼저 했다”며 이름을 지웠다. '단독범' 표현도 "단순 제보만으로 볼 수 없다"로 바꿨다.
실명 공격은 여야 양쪽의 비판을 모두 받았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국회의원이라는 헌법 기관이 실명을 공개하고 압박하며 여론몰이를 하는 과정에서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윤리적으로 심각하게 보고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법무부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해서 (만약 그 주장이 설령 사실과 다르다고 해도) 국민의 한 사람, 그것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 정신인가”라며 “최근 의원들이 앞다투어 한마디씩 하는 것을 보면 눈과 귀를 믿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 성토했다. 현씨가 법적으로 공익제보자 신분인지 여부를 떠나, 여당 의원, 그것도 국방위 간사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거나 참고인의 진술을 위축 시킬 수 있는 언행을 이어가는 일이 부적절하단 취지다.
무엇보다 황 의원의 글이 여권 강성 지지자들의 현씨 '총공격'을 유도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위험천만하단 지적도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범죄자 프레임을 만들어 좌표를 찍어준 셈”이라며 “국회의원이 한 힘없는 개인에게 가한 폭력으로 공격을 선동하고 유도하고 있다”고 썼다.
황 의원 말대로 현씨 진술 신빙성에 문제가 있거나 악의가 다분한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의 초점은 황 의원이 말하는 ‘지역대장 허가’가 이뤄지기 이전 과정에 맞춰져 있다. △서씨를 대신해 부모 혹은 추 장관의 보좌진이 전화를 한 점이 청탁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규정상 전화로 휴가를 연장하는 것은 ‘천재지변, 교통두절 등 부득이한 사유’에 한하며 △허가권자의 구두 승인만 얻고 행정조치 발령이 사후 이뤄진 점이 부적절한데도 △국방부가 무리하고 자의적으로 해명하고 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논란이 커지자 황 의원은 13일 오후 페이스북에 "현 병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 이것을 정쟁화를 목적으로 의도된 배후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그럼에도 의도와 달리 현 병장을 범죄자 취급한 것처럼 비쳐진 부적절성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현병장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썼다.
민주당 의원들의 거친 대응은 연신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식당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하면 청탁이냐”(정청래 의원ㆍ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우상호 의원ㆍ연합뉴스 인터뷰) 등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지금까지 알려진 사안만 해도 일반적인 시민들은 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인식이 민심을 자극하고 있는데 ‘우린 당당하다’라는 식의 대응으로 상황이 수습될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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