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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에 '적폐 낙인' 의대 교수 “재갈 물리는 집단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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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에 '적폐 낙인' 의대 교수 “재갈 물리는 집단 폭력"

입력
2020.09.13 15:30
수정
2020.09.13 16: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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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인터뷰
"정부에는 전문가 의견 존중하라며 이율배반"
의협? "정부 정책 찬성, 학자 소신으로 보기 어려워"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연합뉴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보건의료 정책에 있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직역 단체들과 대척점에 서서 소신 발언을 해온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최근 의협으로부터 거센 공개 비판을 받았다. 법정 단체인 의협이 정치인이나 정부, 단체장이 아닌 학자 개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의협은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PA(Physician Assistantㆍ대형병원에서 전공의처럼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 인력)와 관련한 김 교수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명하며, 의료계에 즉각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료인 전체에 대한 모욕이고 폄훼이자 희대의 망언인 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발언을 취소하라” “김윤 교수에게 똑똑히 경고한다” “진료 현장을 모르는 관변 교수라는 오명을 쓰지 않길 바란다”는 공격 발언을 쏟아 냈다.

같은 날 의협 소속 지역지부인 경상남도의사회는 "입만 열만 사고치는 의료계 적폐 김윤은 각성하라"는 원색적 비난 성명을 냈다. 경남도의사회는 성명에 “쓸데 없는 입놀림으로 이들(국가시험을 거부한 의대생 등)의 숭고한 결의를 더는 모욕하지 않기 바란다” “김윤 교수는 혹세무민, 후안무치의 자세를 버리고 학자의 양심으로 더는 대한민국 의료에 관여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학문의 자유 침해로 비칠 수 있는 인신 공격성 발언을 적었다.

김 교수는 13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의협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재갈 물리기이자 집단 폭력이다. 학자로서 위축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의협이 교수 개인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어떻게 생각하나.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침해할 것 같은 의사 표현에 대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재갈을 물려서 그런 얘기를 더 이상 못하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본인들(의협 등)은 ‘정부가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정부가 전문가의 얘기를 안 들어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학자가) 다른 말을 할 권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력적으로 억압하는데 이는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성명뿐이 아니다. 기사 댓글이나, 유튜브 등에서 나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한다.”

-위협이나 압력을 느끼나.

“영향을 안 받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성명 이외에 다른 압력은 없었나.

“‘당신이 의사 맞냐’는 비난 이메일이 몇 통 온 것 이외엔 다행이 이번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연구 등으로) 페이스북에 하도 (의사들의) 험한 댓글과 인신 비방글 등이 많이 달려 2017년 봄 페이스북을 닫아야 했다. 2010년대 초반 포괄수과제와 관련해 논란이 됐을 때, 저한테 직접은 아니지만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문자가 온 적도 있다.”

10일 오후 한 전공의가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본관 앞에서 공공의대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10일 오후 한 전공의가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본관 앞에서 공공의대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엘리트 집단인 의사 사회에서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의사 집단은 동질성을 유지하려는 힘이 굉장히 강하다. 같이 오랫동안 수업 받고, 한 곳에서 일하고, 도제식 교육을 받다 보니 집단주의적 성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공격은 과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소수 의견을 내기 쉽지 않겠다.

“집단과 다른 목소리를 냈을 때, 그것을 개인의 어떤 다른 의견,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너는 배신자다’ ‘네가 의사 맞냐’는 방식으로 집단의 의견을 강요하는 일이 잦다. 다른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번에도 소수 목소리 낸 의대생들에게 신상털기로 대응하고 ‘조선족 아니냐’ ‘의사 맞냐’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나."

-많은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 파업과 의대생 국가시험 거부를 지지했다. 이 역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와 관련이 있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교수 사회에 전공의 등의 강경한 입장을 적극 지지하는 의견이 적어도 3분의 1 이상이 된다. 그리고 소극적으로나마 동조하는 목소리는 그보다 더 많다.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20%도 안 될 것이다.”

-의협은 이번 성명에서 PA 인력, 즉 대형병원에서 전공의 등을 대신해 사실상 의사처럼 일하는 간호사 인력과 관련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PA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는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그런데 지금 상태를 방치하는 건 의료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PA를 불법으로 내모는 일이며, 환자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인력 부족으로 PA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의사 수를 늘리거나, 아니면 다른 선진국들처럼 PA를 일정 정도 합법화 해주는 방법 밖에 없다. 의사 수 확대도 안 되고 PA 양성화도 절대 안 된다면 대안이 무엇인가.”

한편, 학자 개인에 대한 의협의 비판이 적절했느냐는 본보 질의에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정부 주도의 정책에 대한 의학적, 학문적, 비판적 견해를 내는 것이 학자적 소신이지 입만 열면 정부 정책에 찬성하고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것이 소신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김 교수는 사실 관계를 정확하지 않은 기고를 해 의료인의 공헌을 폄하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런 분이 순수한 학자인지 의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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