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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폭증하는데... 금융당국, 생계자금 끊을라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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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폭증하는데... 금융당국, 생계자금 끊을라 '진퇴양난'

입력
2020.09.13 14: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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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증가폭 기록한 8월에 버금가는 속도
당국, 은행권과 신용대출 현황 파악 착수
생계자금 비중 커 강도높은 규제 쉽지 않을듯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달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했던 신용대출이 이달 들어서도 열흘 만에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금융당국도 사실상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고 보고 "과도한 신용대출은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규제를 강화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처한 가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는 만큼 금융당국이 '진퇴양난'에 빠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대출 '현황 파악' 나선 금융당국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시중 5개 은행의 이달 10일까지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5조4,172억원이다. 8월 말 집계 당시 잔액(124조2,747억원)과 비교하면 10일 만에 1조1,425억원이나 늘었다. 이 추세대로면 9월 신용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4조755억원)를 기록한 8월에 버금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두 달 연속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유로 주식 및 부동산 등 투자 자금 수요를 꼽는다. 실제 카카오게임즈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 증거금 납입을 앞둔 8월 말 신용대출이 확 늘어났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생활자금이 부족해진 가계에서 신용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늘어난 신용대출에서 투자 수요와 가계 수요가 각각 얼마나 차지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한 상태는 아니다”며 “다만 몇몇 주식 및 부동산 투자 사례와 함께 최근 추세를 미루어 봤을 때 투자 수요가 주를 이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신용대출 급증 현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은행 대출 관련 실무자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신용대출 한도 기준 △신용대출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다. 오는 14일에는 대출 담당 임원들과의 회의도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제출하는 대출 관련 자료와 회의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은행들간에 최근 대출 경쟁이 있었던 건 아닌지도 들여다 볼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금리 경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쟁 국면이 대출 증가를 견인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행권뿐 아니라 캐피탈ㆍ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 신용대출 증가 원인도 분석 중이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3∼5월에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달마다 각 5,000억원, 1조8,000억원, 2조2,000억원씩 늘었다.

취약계층 마지막 자금줄... '딜레마' 커져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사실상 은행권에 '대출 자제'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일 회의에 참석한 실무자들이 전한 분위기를 보면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자제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은행들에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구두 개입' 이상의 규제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취약계층들이 사용하는 마지막 카드가 신용대출인데, 이를 짓누르는 조치를 취했다가 취약계층의 금융위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신용대출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불필요한 대출은 줄이는 방향으로 가되 코로나19로 인한 가계 수요는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문제 의식이 기본”이라며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신용대출 급증을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점을 은행권과 공유하고 있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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