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확장성' 8월 지지율 견인했던 전략으로
경주 태풍 피해 복구 활동ㆍ개천절 집회 선긋기
"우리가 어려울 때 같이 해 드리는 사람들이면, 국민들이 사랑해주시지 않겠습니까."
12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경북 경주에서 태풍 피해 복구 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맨발이었다. 축축한 논에 들어가 태풍에 쓰려져 누운 벼를 걷어세우느라 장화도 신지 못했다.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등 국민의힘 관계자 300여명은 종일 낙과를 주워 담고 벼를 세워 묶느라 허리를 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나 현장에서나 진심을 다해 국민께 다가가겠다"는 봉사 소감을 밝혔다.
'현장' 그리고 '중도 확장'. 지난 달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을 더불어민주당 턱밑까지 끌어 올린 동력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남 구례 등 집중호우 피해 지역을 찾아 일손을 보탰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광주 5ㆍ18국립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파죽지세였던 지지율은 그러나 광복절 집회라는 변수 앞에서 꺾였다. 국민의힘은 다시 '현장'과 '중도 확장'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 지지율 재반등을 노리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개천절 집회 강행을 벼르는 강경 보수 집단을 향해 "집회를 미뤄달라"고 주문했다. 개천절 집회와 선을 그으면서도, '집회를 하라'와 '하지 말라' 사이에 국민의힘을 위치시킨 절충적 메시지였다. 극우 보수를 배척하지 않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비난 여론은 피하기 위한 발언으로,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광복절집회와 국민의힘을 명확히 분리하지 못한 8월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다짐하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13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집회 연기'를 요구한 만큼, 당 안팎 인사들이 '개천절 집회'에 나가자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한 초선 의원도 "지난 광복절 집회가 우리를 공격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며 "의원들도 신중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8월 1주차에 25%까지 올랐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달 2주차엔 19%를 기록했다. 지난해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망언 사태 때 지지율(19%)과 대동소이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국민의힘에 유리하다. 21대 국회의 첫 번째 정기국회가 열리는 이번 달은 '야당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번 주엔 추 장관 등이 출석하는 국회 대정부질문, '추미애 청문회'가 될 수밖에 없는 서욱 국방부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16일)가 차례로 잡혀있다. 10월부터는 국정감사다. 국민의힘이 존재감을 부각할 '판'은 마련돼 있다는 얘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향후 국회 일정은 추 장관을 논란을 둘러싼 난타전이 될 공산이 크다"며 "국민의힘은 소모적인 여론 공방전으로 기회를 날려버릴 게 아니라, 추 장관과 국방부, 법무부의 발언을 정확하게 검증하고 국민에게 브리핑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