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반도 메콩 지역이 전방위로 확산 중인 미중 갈등의 새로운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과 메콩 유역국들의 틈을 파고 들면서 경제ㆍ외교적 지원을 강화하자 중국도 발끈하며 전투적 자세로 맞서는 분위기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1일 메콩 유역 5개국(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과의 장관급 회의에서 2009년 양측이 체결한 ‘메콩강 이니셔티브(LMI)’를 파트너십으로 격상했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1억5,300만달러(1,816억원)를 투입해 메콩강 수자원 관리와 재난 극복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화끈한 외교적 지원 사격도 뒤따랐다. 먼저 4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가 “메콩강 흐름을 조정하는 중국을 향해 관련 국가들은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자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은 아세안을 돕기 위해 여기 있을 것”이라는 말로 우군을 자처했다.
메콩을 향한 미국의 잇단 러브콜은 이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한 대중 포위전략과 맞닿아 있다. 중국 입장에서 메콩 5개국은 북한과 비중이 비슷하다. 북한이 동북아에서 한미일의 직접적인 중국 진출을 억제하듯, 중국 본토와 접한 이들 국가는 친미 성향인 남아시아 세력의 대륙 간섭을 막아주는 우군 역할을 해왔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과 국경 분쟁 중인 인도 및 일본, 호주와 함께 대중 억제책의 일환으로 ‘4국 안보대화(쿼드)’를 실무 협의체로 바꿔 놓았다. 여기에 메콩까지 미국 편에 설 경우 중국은 인도ㆍ태평양지역 대부분 나라와 대립하는 형국이 된다.
메콩은 중국의 경제안보 전략 면에서도 요충지다. 메콩 5개국은 쌀과 채소를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며, 중국 투자자본 역시 폭넓게 진출해 있다. 메콩이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식량 수출을 다변화하거나 투자 프로젝트를 철회하면 중국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미 해군에 대항하기 위해 구축한 캄보디아 등의 중국 해군 기지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가뜩이나 남중국해 분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들 기지까지 무용지물로 전락할 경우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야심작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은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중국도 과감한 수성책을 꺼내 들었다. 미국의 물량전에 대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나라 빚이 쌓이고 있는 라오스, 미얀마 등에 직접투자(FDI)와 차관 유예상환 등의 ‘당근’을 내놓고 있다. 또 코로나19 백신 우선 제공 의사를 밝히고, 그간 공개를 거부한 메콩강 상류 11개 댐 관련 자료도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외교부는 연이은 성명을 통해 “서방 강대국이 과학적 가치가 없는 주장으로 지역국가들 사이의 우호적 분위기를 파괴하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한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