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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버리던 것들 다시 보라”… 리사이클에 사활 건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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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버리던 것들 다시 보라”… 리사이클에 사활 건 산업계

입력
2020.09.14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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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리사이클 원료로 플라스틱·섬유 생산 박차
로레알·코카콜라·나이키 등 리사이클 소재 적용 확대
전기차 배터리는 ESSㆍ희귀금속 추출 통해 재활용
발전업계도 버려지던 에너지 이용한 기술 개발 나서

플라스틱부터 전기차 배터리, 전력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군에서 리사이클(재활용) 기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와 사업성 향상 측면에서 리사이클 기술 없이는 지속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위기감이 만들어낸 변화다.

13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에 따라 국내에서도 리사이클 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친환경 소재 개발이 한창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3일 국내 최초로 화장품과 식품 용기에 적용 가능한 재생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았다. 올 4분기부터 제조사에 이 소재를 본격 공급할 예정이다. 효성그룹 화학섬유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는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오스프리'에 자체 개발한 친환경 나일론 섬유(마이판 리젠 로빅)를 공급했다. 이는 섬유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해 만든 소재다.

석유화학 업계가 친환경 소재나 원료 개발에 힘쓰는 이유는 고객사의 주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마이판 리젠 로빅도 오스프리로부터 직접 친환경ㆍ고강도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 개발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친환경 원료 사용 확대를 선언하는 글로벌 제조사도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로레알과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제품 용기에 쓰이는 재생 원료 비율을 각각 100%와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나이키는 올해 안으로 제품의 50%를, 아디다스는 2022년까지 100%를 플라스틱 재생 원료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폐배터리 재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폐배터리 활용이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달 8일 현대차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재사용을 포함한 'BaaS'(Battery as a Service) 전반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폐배터리 양극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인 OCI, 한화큐셀과 업무협약을 맺고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태양광발전을 연계한 사업 모델 발굴에 나서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세계 1위인 LG화학 역시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 개발과 희귀금속 추출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충북 오창 배터리 생산라인에 재사용 배터리로 만든 전기차 충전소용 ESS 시범 설비를 갖추고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발전업계 역시 지금까지 버려지던 에너지를 재활용한 발전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두산퓨얼셀, 한화파워시스템, LS일렉트릭 등 발전업체들은 업무협약을 맺고 연료전지를 연계한 감압발전 시스템 기술 개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기술은 도시가스를 가정에 공급할 때 감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압을 활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연료전지를 연계하면 폐압 재활용과 함께 수소 충전소 설치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지금까지 무심코 버렸던 폐플라스틱이나 폐에너지 등을 재활용하는 기술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U(유럽연합)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비중을 100%, 일본은 60%를 목표로 세우는 등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LG화학의 '2050 탄소중립 성장', SK이노베이션의 '2030 그린 밸런스'처럼 국내 기업들의 중ㆍ장기 비전 역시 친환경과 재활용에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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