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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전사' 오사카 나오미 "인종 차별 피해, 널리 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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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전사' 오사카 나오미 "인종 차별 피해, 널리 알리고 싶었다"

입력
2020.09.13 16:18
수정
2020.09.13 18: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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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나오미가 13일 US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테니스 코트에 누워 세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기념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오사카 나오미가 13일 US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테니스 코트에 누워 세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기념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테니스 메이저대회 US오픈 여자단식 우승자 오스카 나오미(23ㆍ일본ㆍ9위)의 마스크는 특별했다. 그는 우승 소감으로 “준비한 7장의 마스크를 모두 착용하기 위해 분투했다”고 밝혔다. 그의 마스크엔 인종차별로 억울하게 숨진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사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340만 2,000달러) 여자단식 결승에서 벨라루스의 빅토리야 아자란카(31ㆍ27위)에게 2-1(1-6 6-3 6-3)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오사카는 2018년 이후 2년 만에 US오픈 정상에 다시 올랐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단식 3회 우승을 달성하는 영예를 안았다.

오사카는 경기 직후 코트에 누워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오사카는 "위대한 선수들이 바닥에 눕는 것을 봐왔는데, 늘 그들이 바라보던 걸 보고 싶었다"며 20여 초간 홀로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US오픈 동안 인종차별로 억울하게 숨진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오사카 나오미.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US오픈 동안 인종차별로 억울하게 숨진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오사카 나오미.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오사카는 이번 대회 동안 각기 다른 이름이 새겨진 7개의 검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모두 미국에서 인종차별로 억울하게 숨진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이다. 시상식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 오사카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말하게 하고 싶었다"며 "더 많은 이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겨야겠다는)동기부여가 됐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오사카가 인종 차별에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사카는 투어가 멈춘 기간 동안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왔다.

오사카 나오미가 13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US오픈 테니스대회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뉴욕=USA 투데이 스포츠 연합뉴스

오사카 나오미가 13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US오픈 테니스대회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뉴욕=USA 투데이 스포츠 연합뉴스


지난달에는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웨스턴서던오픈 대회 중에 흑인이 경찰로부터 피격 당한 사건이 알려지자 항의의 의미로 준결승전에 기권을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오사카는 자신의 SNS에 "나는 운동선수이기 전에 흑인 여성"이라며 "흑인들을 향해 계속되는 인종차별적 폭력을 지켜보면서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WTA와 미국테니스협회(USTA) 등이 인종 차별에 대한 합동성명을 내며 그에게 경기 연기를 제안했고, 오사카는 이를 받아들여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4강전을 치렀다.

US오픈 등에서 보여준 오사카의 용기에 찬사가 쏟아졌다. 로이터통신은 "오사카가 전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고 표현했고, NYT는 '사회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오사카가 US오픈에서 우승했다'고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US오픈동안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인종 차별 희생자들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냄으로써 오사카는 자신의 게임만큼이나 강력한 메시지를 사회에 전했다"고 평했다.

테니스의 전설이자 오랫동안 사회 운동가로 활동 중인 빌리 진 킹(77)도 오사카의 경기 중 "오사카가 점점 더 목소리를 내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그가 하고 있는 일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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