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두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면서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즉각 추천하고 공수처의 정상적인 출범을 약속한다면 특별감찰관 후보자와 북한인권재단 이사의 국회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과 정부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대통령 특별감찰관 임명에 나서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두 원내대표 사이에 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과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를 두고 모종의 물밑 대화가 오고 갔다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실제 두 원내대표는 이같은 공개 발언이 나오기 일주일 전부터 물밑 협상에 착수했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운영위원회 도중 주 원내대표에게 ‘현안을 터놓고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주 원내대표는 공석인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제는 민주당이 ‘공수처와 역할이 겹친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2016년 통과된 북한인권법은 남북 정상화에 공을 들이는 정부여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공수처ㆍ특별감찰관ㆍ북한인권재단 동시추진’ 패키지딜을 들고 청와대와 통일부를 설득해 주 원내대표와 담판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 원내대표가 '패키지딜'에 주저하는 분위기다. 주 원내대표는 9일 “(김 원내대표가) 양 절차를 같이 진행하자고 했는데, 거기에는 함정이 있다”고 했다.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지명해 임명된다. 만약 대통령이 여당 추천 인사를 지명하면 야당 추천은 무의미해지진다. 때문에 주 원내대표는 선(先)특별감찰관 임명 완료 후(後)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을 역제안했다.
역제안을 받은 김 원내대표는 답답할 뿐이다. 그는 1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일괄타결해서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고 판단해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했는데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015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추천 때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추천 인사였다는 게 민주당 논리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감찰해 박근혜 정부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던 만큼, 특정 정당의 추천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여야 원내대표가 ‘극적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9월 정기국회가 ‘공수처’ 블랙홀’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우선 야당과 합의를 통해 공수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협상이 틀어질 경우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야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에 집중하면서 공수처 도입 반대 여론 분위기를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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