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에 내린 과징금 처분이 과하다는 취지다. 페이스북의 행위가 이용자들에게 불편으로 다가온 건 사실이지만, 통신망 품질 유지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통신사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1일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이원형)는 방송통신위원회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항소심에서 방통위의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고법은 "페이스북의 행위는 이용 제한 행위에는 해당하지만, 현저히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해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방통위가 과징금 처분 과정에서 재량권을 남용했기 때문에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소송의 발단이 되는 사건은 2016년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사건이다. 당시 페이스북은 KT에 캐시서버(인터넷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두는 임시 데이터 저장 창고)를 두고 국내 서비스를 해오고 있었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모두 KT에서 데이터를 받아오는 방식으로 자사 이용자들에게 페이스북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통사끼리는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정부에서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상호접속고시는 통신사끼리 데이터를 주고 받을 때 트래픽을 보내는 쪽에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제도다. 자연스레 페이스북 트래픽이 많은 KT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거액의 접속료를 줘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는 다시 페이스북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페이스북은 이 부담을 짊어지는 대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 경로를 KT가 아닌 해외 서버로 돌렸다. 접속 속도가 느려지고 서비스 품질이 낮아지자 피해는 이용자들에게 돌아왔다.
방통위는 2018년 페이스북이 임의로 접속 경로를 변경해 이용자 피해를 유발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페이스북은 '이용자 불편을 일으킬 의도가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심 법원은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페이스북의 행위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행위로 인한 결과가 '현저한 피해'를 발생시킨 것은 아니라고 봤다. 실제로 인터넷 응답속도가 저하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영상 등 일부 콘텐츠 이용에만 차질이 생겼을 뿐 메시지 등 데이터량이 적은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또한 재판부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 품질 관리는 기본적으로 통신사의 책임이라고 못박았다.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제공자(CP)가 통신사로 직접 전송되는 트래픽 양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 통신사끼리 데이터를 주고 받는 영역은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그 결과로 서비스 품질이 나빠질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었다고 봤다.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이 '과도한 재량권 사용'이라는 판단도 따랐다. 방통위 처분의 법적 근거는 2017년 1월 시행됐으나, 방통위가 2016년 12월 발생한 SK브로드밴드 접속경로 변경 행위까지 처분 대상에 넣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번 판결에 대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방통위는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1심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이용 제한' 부분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당시 피해를 입은 이용자 입장에서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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