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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있으나 마나" 태안화력발전소서 또 작업자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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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있으나 마나" 태안화력발전소서 또 작업자 숨져

입력
2020.09.11 16:46
수정
2020.09.1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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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노동자 트럭에 기계 싣다 깔려 숨져
시민ㆍ노동단체 “위험의 외주화 구조가 빚은 참극”
경찰, 안전수칙 이행 여부 등 수사

태안화력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태안화력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발전소에서 또 사망사고가 났다는데 김용균법 있으나 마나인가 벼...”

“남의 일이 아녀, 우리 같은 밑바닥 인생은 스스로 내 목숨 챙겨야 혀...”

11일 오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가 있는 충남 태안군 원북면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한 식당에선 근처 공장에서 일하는 40대 남성 3명이 밥을 먹으며 전날 태안화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를 화제에 올렸다. 이들은 "많은 근로자들이 열악한 작업장 환경에 분노하고 있다"며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사고를 당했지만 아직도 안전불감증은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작업 중 숨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0일 오전 9시 48분쯤 화물차 운전사 A씨(65)가 석탄 하역기계를 묶다가 기계에 깔려 숨졌다.

A씨는 태안군 보건의료원에서 응급치료를 한 뒤 닥터헬기로 단국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분원에서 부검을 끝낸 시신은 유족에 의해 서울 소재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A씨는 태안화력발전소 외부 정비업체인 S사가 계약한 트럭 운전기사로, 재생작업이 필요한 석탄 하역기계 스크루를 S사로 이송하기 위해 본인 소유 4.5톤 트럭에 싣는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

2톤에 이르는 무거운 철재 기계를 결박하는 데 아무런 도움없이 운전기사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시민ㆍ노동단체 등은 사고 원인을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극’이라며,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촉구했다.

김용균재단은 즉각 “컨베이어벨트로 몸을 집어넣어야 했던 작업구조가 김용균을 죽인 것처럼 어떤 안전장비 없이 스크루를 혼자 결박해야 하는 작업구조가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죽였다”며 “28번의 위험개선요구가 묵살당하는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김용균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처럼, 특수고용 위탁노동자는 그 죽음의 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서부발전은 스크류를 겹쳐서 쌓으면서 별다른 안전조치는 마련하지 않았다”며 “스크류가 떨어질 위험, 여러 개를 겹쳐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길 문제 등을 점검해 조치를 취할 의무는 한국서부발전에 있다”고 성토했다.

24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 원인은 위험한 업무를 홀로 하게 만드는 기형적인 고용 형태 때문으로 본다”며 “정부는 책임있는 주체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히 여기는 기업을 가중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동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스크루 하역업무는 서부발전이 발주해 신흥기공이란 하청업체가 수행하는 업무인데, 신흥기공은 해당 설비 반출을 화물 노동자에게 맡겼다”며 “복잡한 고용구조는 책임과 권한의 공백을 만들어 내고, 결국 특수고용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참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A씨가 스크루를 발전소 외부의 S사로 이송하기 위해 본인 소유 트럭에 싣고 결박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 과정에서 발전소와 S사 관계자가 현장에 있었으나 사고가 갑작스럽게 일어나 미처 손을 쓰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A씨 사망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A씨가 스크루를 화물차에 싣고 결박작업 과정에서 안전 수칙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한편 김용균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른바 ‘김용균법’은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 노동자 사망사고를 낸 원청 사업주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된다.

태안=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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