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의 위력, 손오공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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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트업의 위력, 손오공 쇼크

입력
2020.09.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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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최연진IT전문기자

얼마전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 하나가 전 세계에 화제가 됐다. '블랙 미스: 우콩(Black Myth: Wu Kong)'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의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 소개였다. 앞으로 나올 게임을 미리 알리는 영화 예고편 같은 트레일러 영상인 셈이다.

이 영상이 화제가 된 이유는 개발업체가 듣도보도 못한 게임사이언스라는 중국의 신생기업(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스타트업이지 중국 최대 게임회사 텐센트 인력들이 2014년에 독립해 만든 업체다. 항저우와 선전에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이 업체는 수십 명의 개발자가 참여해 2년에 걸쳐 이 게임을 만들었다.


중국 게임사이언스에서 개발하는 게임 '블랙미스 우콩'. 홈페이지 캡처

중국 스타트업이 만든 게임치고는 놀랍도록 뛰어났다. 약 13분 분량의 이 영상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처럼 화려하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두르며 싸우는 장면을 보면 옷깃이 휘날리고 주변의 풀과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등 현실감이 대단히 뛰어나다. 개발자들에 따르면 최신 게임에 많이 쓰이는 '언리얼4' 엔진을 비롯해 최첨단 기술을 제대로 활용해 개발됐다.

두 번째로 놀라운 이유는 이 게임이 PC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콘솔)를 겨냥해 개발된 점이다. 즉 마이크로소프트(MS)가 11월 10일 출시 예정인 차세대 콘솔 ‘엑스박스 X’와 같은 시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소니의 차세대 콘솔 ‘플레이스테이션(PS) 5’용 게임으로 나올 예정이다. 실제로 손오공의 복잡한 의상 문양과 섬세한 무기 디자인 등을 보면 고성능의 콘솔이나 고사양 PC가 아니면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다.

중국은 그동안 콘솔 게임과 거리가 먼 나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5년 전까지 정부에서 콘솔 게임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2015년 콘솔 게임 금지가 해제된 이후 콘솔 게임이 유통됐지만 미국 일본 유럽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역사가 짧다. 그러나 뒤늦게 콘솔 게임의 가치를 알아본 중국은 급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월 중국은 콘솔 게임의 수입 관세를 철폐했다. 밖으로 나가려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전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52조원이다. 중국의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규제해제 5년만인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2002년 소니의 PS2가 정식 진출하며 시작된 국내 콘솔게임 시장은 근 20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2017년 3,700억원 규모에 그쳤다.

중국 게임개발업체 게임사이언스 모습. 홈페이지 캡처

중국 콘솔 게임의 놀라운 발전은 인력이든 기술이든 무섭게 빨아들이는 스펀지 같은 흡수력과 전방위적 투자에 있다. 게임사이언스가 ‘블랙미스 우콩’ 영상을 공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영상 공개와 함께 개발자 모집 공고를 홈페이지에 냈다. ‘우리가 이처럼 뛰어난 게임을 만드니 지원하라’는 일종의 미끼다.

게임 개발자들은 항상 고품질의 게임을 만들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처럼 고품질의 콘솔 게임을 만드는 곳이 없다. ‘검은 사막’ 등 일부 콘솔 게임이 있지만 원래 PC용으로 개발된 온라인 게임을 콘솔용으로 이식한 것들이다. 그동안 우리 게임업체들은 주로 돈 되는 다중역할분담게임(MMORPG) 등에 집중하며 한 번 개발한 게임을 모바일용으로 이식하거나 상품으로 만들어 해외에 판매하기에 급급했다. 그만큼 게임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차세대 콘솔에 대비하는 등 시장 발굴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고스란히 인력 유출로 이어졌다. 중국의 텐센트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 게임사로 올라선 것은 이 같은 국내 게임 개발자들을 적극 영입하고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슈퍼셀,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 등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게임사이언스 같은 개발사들을 퍼뜨려 콘솔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은 게임분야에서 2류가 아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우리만 1류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와 국내 게임개발업체들은 장기적 안목에서 게임 시장을 보고 게임의 다양성과 영향력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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