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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포괄적 차별금지법 대안을 고민해 보자

입력
2020.09.1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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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제정 서명운동 기자회견. 연합뉴스

지난 7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제정 서명운동 기자회견. 연합뉴스


국내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4년경이다. 그로부터 16년, 제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의견 표명한 ‘평등및차별금지에관한법률’(시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6년간 이어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개신교 보수 진영의 법제정 반대 운동이었다. 올해는 목회자뿐만 아니라 개신교 법률가들까지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이전보다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반대운동만이 정답이고 유일한 대안일까?

국내법에 일부 사유에 대해 차별 금지를 규정한 개별법이 있지만, 헌법 제11조가 정한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아직 없다. 다문화사회가 심화되고 차별을 넘어 혐오와 증오가 확산되는 엄혹한 현실에서, 모든 차별 금지 대상마다 개별법을 만들기도 어렵고, 각 사유마다 차별 금지 범위나 구제 수단이 다르면 혼선을 빚게 된다. 외국을 보더라도,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거쳐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극적인 ‘차별 금지’로부터 적극적인 ‘평등권 실현’으로(영국의 평등법, 독일의 일반평등대우법 등), 국민의 권리에서 인류 보편의 권리 즉, 세계적인 규범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필자는 모태 개신교인이고 신앙적으로 동성애도 ‘죄’라고 믿는다. 하지만 개인적, 사회적 불의와 타락에 비하면 동성애만 ‘유독 엄청난 죄’도 아니거니와 동성애자의 인권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그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수정 보완을 요구하는 대안입법 운동을 하고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종교적 예외 사유’ 등을 아예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양심 종교 사상 표현의 자유 등과 차별 금지 및 평등권이 서로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되 규범 조화적으로 해석 및 적용이 가능하도록 원칙과 예외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대안입법론).

지금 우리 개신교인들은 전략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동성애 반대=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면서도 종교의 자유 등과의 관계에서 조화적으로 규정되도록 만들 것인지. 필자는 개신교가 혐오와 증오를 양산시키는 종교로 오해받고 전락할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에게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길 소망한다. 부디, 과거 국내외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박종운 변호사, (전)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법제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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