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임명장 수여식은 최초... 靑 "배려, 격려, 축하 의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질병관리청의 첫 사령탑을 맡은 정은경 신임 질병관리청장을 직접 찾아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이 정식 발령에 앞서 인사 대상자를 방문해 임명장을 주는 건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은 국무총리가 맡아 왔다.
12일부터 청으로 승격하는 질병관리청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정 청장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배려와 격려, 축하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을 위해 충북 청주의 질병관리본부를 찾은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조금 더 격식을 갖추어서 임명장 수여식을 하는 것이 좀 더 영예로울지 모르지만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질병관리본부의 상황을 감안했다"며 "무엇보다 청 승격의 주인공인 여러분(직원)과 함께 초대 청장 임명장 수여식을 하는 것이 더욱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상 가족들과 참석하는 임명장 수여식을 동료와 함께 한 건 정 청장의 뜻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청 승격은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큰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무한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했다. “항상 감사하고 미안하다. 끝까지 역할을 잘해달라”고도 말했다. 민방위 복장으로 참석한 정 청장은 “질병관리청 출범은 신종 감염병에 대해 체계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국민의 뜻”이라며 “존재 이유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 후 직원들에게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라는 문구가 새겨진 축하패와 ‘새로운 만남’ ‘감사’ ‘보호’라는 세 가지 뜻을 담은 꽃다발도 건넸다.
정 청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는 야당 대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질병예방센터장(국장급)이던 정 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때 문 대통령은 감염병 분야에서의 정 청장의 능력과 헌신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두 달 뒤인 7월 긴급상황센터장이던 그를 질병관리본부 수장으로 임명했다. 2004년 질본 출범 이후 첫 여성 본부장 임명이었다. 국장급이던 정 청장이 실장을 건너뛰고 차관급인 본부장으로 임명된 것 역시 파격이었다. 당시에도 "정 본부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뢰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더욱 강화됐다.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정 청장 기용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정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고생하셔서 그동안 일부러 전화를 자제했다”고 말했고, 참모들에게는 “(정 본부장) 체력은 어떤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홍삼액을 직접 구입해 질병관리본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3월엔 질병관리본부를 ‘깜짝’ 방문했다. 문 대통령의 외부일정은 통상 청와대 관계자 및 출입기자들에게 사전 공유되지만, 이날은 문 대통령이 ‘밖으로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자신의 방문이 질병관리본부 및 정 청장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염려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고맙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응원하며 ‘갈비찜 밥차’를 대접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찾아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말로 격려했다. 또 “자신을 격려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민들이 지치지 않도록 이끌어주시길 당부 드린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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