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신ㆍ당뇨처럼 코로나19도 자가진단 하면 안되나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신ㆍ당뇨처럼 코로나19도 자가진단 하면 안되나요?

입력
2020.09.11 04:30
12면
0 0

"PCR 정확도에 근접" 주장에
"감염 초기 정확도 떨어져" 반박
선별진료소 회피 부추긴다는 우려도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이뤄지는 모습. 뉴시스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이뤄지는 모습. 뉴시스


30대 프리랜서 A씨는 최근 참석했던 회의의 한 동석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의 지인이란 소식을 듣고 임신한 아내가 마음에 걸렸다. A씨는 “이 정도 연관성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아갈 일이 아닌 것 같고 괜히 보건소에 갔다가 감염될까 걱정된다"며 "당뇨나 임신진단처럼 코로나19도 자가진단 키트가 있으면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전 국민에게 보급하자는 정치권 주장(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은 적잖은 이들이 한번쯤 느껴봤을 이런 목마름을 자극했다. 하지만 섣불리 도입했다가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거란 우려가 상당하다.

도입 찬성론자들은 항체 검사 방식의 자가진단 키트 정확도가 현재 방역당국의 표준 검사법인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에 근접했다고 주장한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긴급 사용 승인을 한 국내 업체의 항체 신속진단키트는 민감도(양성을 가리는 능력) 97%, 특이도(음성을 가리는 능력) 100%를 보여 승인 기준(민감도 90%, 특이도 95%)을 웃돌았다.

다만 FDA는 이 진단키트로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전문가로 한정했다. 자가진단은 미국에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손끝을 따서 나오는 혈액으로 일반인도 스스로 검사를 할 수 있다”며 “이런 자가진단이 가능하도록 추가로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쓰이는 코로나19 항체 검사 방식의 신속진단 키트에 '음성' 결과가 떠 있는 모습. AFPㆍ연합뉴스

미국에서 쓰이는 코로나19 항체 검사 방식의 신속진단 키트에 '음성' 결과가 떠 있는 모습. AFPㆍ연합뉴스

하지만 항체 검사법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증상 발현 전 이틀부터 나타난 후 열흘까지 전파력이 가장 강한데, 항체 검사는 감염 후 항체가 생성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 때문에 증상 발현 후 일주일간 진단검사 민감도가 40~60% 사이에 그친다”며 “이런 맹점 탓에 전파력이 높은 시기 환자가 잘못된 음성 판정을 믿고 외부 활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FDA는 이 진단키트에 코로나19 감염 진단을 위한 목적으로 쓸 수 없고, 회복기 환자가 항체를 가졌는지 등을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라는 조건을 달았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PCR 검사를 항체 검사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용해 보완하자는 것이므로 큰 문제가 안 된다”며 “PCR 검사도 감염 후반기로 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방역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도 주장이 갈린다. 찬성론자들은 무증상 비율이 20~30%나 되는 코로나19 특성을 감안할 때, 어차피 선별진료소에 가지 않을 건강한 사람들이 한번씩 자가진단 키트를 써보면 뜻밖의 무증상 환자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무증상ㆍ경증 환자가 자가진단으로 얻은 부정확한 음성 결과를 맹신한 나머지 선별진료소 검사를 회피하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다 방역에 교란을 일으킬 것이란 반박이 제기된다. 이혁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PCR 검사 체계가 잘 갖춰져 쉽게 선별진료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에서 항체 검사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역시 이런 이유로 자가진단 도입에 여러 번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성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