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정확도에 근접" 주장에
"감염 초기 정확도 떨어져" 반박
선별진료소 회피 부추긴다는 우려도
30대 프리랜서 A씨는 최근 참석했던 회의의 한 동석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의 지인이란 소식을 듣고 임신한 아내가 마음에 걸렸다. A씨는 “이 정도 연관성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아갈 일이 아닌 것 같고 괜히 보건소에 갔다가 감염될까 걱정된다"며 "당뇨나 임신진단처럼 코로나19도 자가진단 키트가 있으면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전 국민에게 보급하자는 정치권 주장(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은 적잖은 이들이 한번쯤 느껴봤을 이런 목마름을 자극했다. 하지만 섣불리 도입했다가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거란 우려가 상당하다.
도입 찬성론자들은 항체 검사 방식의 자가진단 키트 정확도가 현재 방역당국의 표준 검사법인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에 근접했다고 주장한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긴급 사용 승인을 한 국내 업체의 항체 신속진단키트는 민감도(양성을 가리는 능력) 97%, 특이도(음성을 가리는 능력) 100%를 보여 승인 기준(민감도 90%, 특이도 95%)을 웃돌았다.
다만 FDA는 이 진단키트로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전문가로 한정했다. 자가진단은 미국에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손끝을 따서 나오는 혈액으로 일반인도 스스로 검사를 할 수 있다”며 “이런 자가진단이 가능하도록 추가로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항체 검사법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증상 발현 전 이틀부터 나타난 후 열흘까지 전파력이 가장 강한데, 항체 검사는 감염 후 항체가 생성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 때문에 증상 발현 후 일주일간 진단검사 민감도가 40~60% 사이에 그친다”며 “이런 맹점 탓에 전파력이 높은 시기 환자가 잘못된 음성 판정을 믿고 외부 활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FDA는 이 진단키트에 코로나19 감염 진단을 위한 목적으로 쓸 수 없고, 회복기 환자가 항체를 가졌는지 등을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라는 조건을 달았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PCR 검사를 항체 검사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용해 보완하자는 것이므로 큰 문제가 안 된다”며 “PCR 검사도 감염 후반기로 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방역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도 주장이 갈린다. 찬성론자들은 무증상 비율이 20~30%나 되는 코로나19 특성을 감안할 때, 어차피 선별진료소에 가지 않을 건강한 사람들이 한번씩 자가진단 키트를 써보면 뜻밖의 무증상 환자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무증상ㆍ경증 환자가 자가진단으로 얻은 부정확한 음성 결과를 맹신한 나머지 선별진료소 검사를 회피하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다 방역에 교란을 일으킬 것이란 반박이 제기된다. 이혁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PCR 검사 체계가 잘 갖춰져 쉽게 선별진료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에서 항체 검사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역시 이런 이유로 자가진단 도입에 여러 번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