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 형식 첫 출범, 전국국공립대 교수노조 남중웅 위원장“고등교육 방향 제시 ‘나침반’ 되겠다…학생 볼모 파업 없을 것”
‘전문직 파업’은 늘 논란거리다. 고액연봉자가 왜 거리로 나서느냐는 볼멘소리는 이들 파업을 따라다니는 단골소재다. 노동자로 보기 힘들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국교조)가 지난달 합법노조로 인정받았을 때도 우려가 제기됐다. 교수노조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활동할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남중웅 국교조 위원장(한국교통대 교수회장)은 “학생과 수업을 볼모로 파업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쟁과 효율성만 강조하는 국공립대 운영방식에 근본적인 문제제기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화ㆍ이메일을 통해 이뤄진 인터뷰에서 남 위원장은 “육체적 활동뿐 아니라 지적 활동으로 임금 받는 교수도 노동자”라며 “국공립대의 공공성 훼손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의견을 전달할 소통 창구가 없어 41개 국공립대 교수회가 모여 노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가 있지만 임의단체로 분류돼 교육부에서 제대로 만나주지도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 위원장은 국교련의 공동의장도 지냈다.
전국 41개 국공립대학 교수회가 모여 작년 10월 출범한 국교조는 지난달 12일 노조설립신고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지 하루 만에 설립신고증을 받아 ‘법내노조’가 됐다. 일부 대학에서 교수노조가 만들어진 적은 있지만 산별 노조 형식으로 출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만8,000여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조합원 가입을 받고 있으며, 올해 안에 1,0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국교조는 당장 다음 달 사용자인 교육부와 단체교섭에 나설 계획이다. 남 위원장은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대학 구조조정과 실적 중심의 평가 방식 등에 대한 개선안 마련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취업률이 낮은 소수 학문이나 비인기 학과를 내치고, 매년 실적 평가로 단기성과를 요구하는 등 국공립대마저 시장경제 논리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대학의 자율성ㆍ공공성ㆍ창의성이 심하게 억압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어 “대학이 직업훈련원으로 전락하면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고등교육의 본질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문학이나 역사학,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교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등 20대 국회에서 처리된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개악’으로 보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계속 해나갈 방침이다. 남 위원장은 “모든 노조가 단일 창구를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며 “노조 활동에 제약이 큰 만큼 국제노동기구(ILO) 등과 협의해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가 참여해 함께 고등교육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사전협의체 구성도 요구할 방침이다. 교수 정원 확대만 해도 행안부와 인사혁신처 소관인 만큼 “교육부 단독으로 고등교육 정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남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교수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이익단체에 머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이 올곧게 서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지적하는 나침반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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