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울의 유명 전시장에서 아주 이색적인 전시가 열렸다. 평소 농민들이 품어왔던 꿈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보자는 영감에서 시작된 이 전시는 많은 농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전남 광양에서 매실 농장을 경영하는 농업인 홍쌍리 여사의 것이었다. 그녀는 “섬진강 매화밭에 핀 꽃은 내 딸이고, 열매는 내 아들이다. 내가 여든이 되고 아흔이 되어도 내가 만든 농산물이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이 내 꿈이다”라고 말하며 멋쟁이 농사꾼의 색깔 있는 꿈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이 전시가 특별했던 이유는, 기획사에 의뢰하여 진행되는 기존의 전시에서 벗어나, 농민들만의 철학을 담기 위해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기획하고 연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높은 부스 대여료가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많은 논의 끝에 한 농민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 농장마다 손수레 한 대씩을 가져와 부스 대신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각자의 손수레에 농산물을 예쁘게 장식한 전시회는 농업과 예술이 만나는 ‘애그로아트’(Agro-Art)라는 평가를 받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지금은 매년 농산물 전시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끼를 살려 개성을 뽐내는 농산물 패션쇼도 열리고 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는 에디슨의 명언은 사람들에게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은 그를 인터뷰한 기자의 오역으로 인해 잘못 전해진 것이다. 본래는 99%의 노력이 있어도 1%의 영감이 없다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에디슨은 영감에 강조점을 두었다. 천재라고 불리는 그가 영감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영감이란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뛰어난 착상이나 자극을 말한다. 따라서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향해, 왜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1%의 영감이 방향키가 되어야, 99%의 노력이 엔진이 되어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1%의 영감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사회와 소통하는 철학자로 유명한 최진석 (사)새말새몸짓 이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자신을 발동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질문입니다. 질문이란 내 안에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안에서 요동치다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으로, 이것은 다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질문할 때에만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답은 과거일 뿐입니다.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이 과정을 하나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인테러뱅(Interrobang)이라는 기호(?)이다. 이것은 미국의 한 광고회사가 ‘수사학(修辭學)적 질문’을 나타내기 위해 고안한 부호로, 이어령 교수에 의해 ‘생각하는 물음표(호기심)와 행동하는 느낌표(놀라움)가 합쳐진 창조적 지성의 물음느낌표’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고정관념에 과감히 “어?”라는 질문을 던짐으로, “와!”라는 새로운 결과를 얻어내는 인테러뱅(?) 정신이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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