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워드 2년 전에도 저서 통해 비판
트럼프 "이번엔 설득할 수 있다" 강행?
폴리티코 "백악관을 쑥대밭 만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왜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인터뷰에 적극 응한 것일까. 우드워드는 이미 전작에서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평가를 내렸던 인물이다. 누가 봐도 인터뷰는 또 한번 그를 궁지로 몰아넣을 게 뻔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무려 총 18차례, 9시간 동안 우드워드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했고, 녹음까지 허용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의 ‘인정 욕구’와 ‘자만’이 우드워드의 저서 ‘격노’를 완성시켰다는 결론에 이른다. 내주 발간 예정인 격노는 트럼프와의 전화인터뷰에 수많은 백악관 전ㆍ현직 인사 등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한 일종의 ‘트럼프 행정부 보고서’이다. 미 CNN방송은 9일(현지시간) “워터게이트 특종을 내놓은 우드워드의 무게감 때문에 누구든 그와 인터뷰 하는 것 자체로 ‘인정 받았다’는 자부심을 갖게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지 워싱턴 등 지금의 미국을 있게 한 전직 대통령 4명의 거대한 두상이 새겨진 러시모어산에 자신의 얼굴을 끼워 넣고 싶은 욕구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트럼프인 만큼, 업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드워드의 명성은 확실히 한 몫을 했다. 49년간 역대 대통령을 취재하며 수많은 저서를 선보인 그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정치기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잠깐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서 “트럼프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우드워드는 반세기 동안 대통령 탐사보도의 금본위제, 즉 기준과 같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우드워드란 명품 브랜드가 트럼프를 현혹시켰다는 얘기다.
여기에 말만 잘하면 누구든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트럼프의 자만은 결정적 패착이 됐다. 방송은 “트럼프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너무 잘 읽어서 원하는 것은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2년 전 우드워드가 펴낸 책만 정독했더라도 이런 실수는 안 했을 것 같다. 우드워드는 당시 저서 ‘공포’에서 트럼프가 이끄는 백악관을 ‘미친 동네’라고 혹평했다. “과민하고 변덕스러운 지도자의 위험한 행동을 통제하느라 백악관 직원들은 신경쇠약에 시달린다”고 대통령을 직격했다.
트럼프는 공포를 무시했다. 우드워드 전작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참모진 만류에도 ‘무조건 고(go)’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공개한 통화 녹취록을 보면, 트럼프는 우드워드에게 전화해 공포 출간과 관련,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본인이 저자와 직접 대화했더라면 내용이 우호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란 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입장에서 인터뷰는 완전한 오판이었다. 우드워드는 격노를 통해 “트럼프는 그 자리(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못박았다. 정식 출간이 일주일여 남았지만, 공개된 일부 발췌 내용 만으로도 백악관엔 폭탄이 떨어졌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투명한 대통령이어서 비판적인 책을 쓴 우드워드와도 인터뷰한 것”이라며 어떻게든 긍정 메시지를 던지려 애썼지만, 브리핑 시간 대부분을 폭로를 방어하는 데 할애했다. 폴리티코는 “대선이 불과 8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나온 우드워드의 신간이 백악관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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