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속 욱일기 연상 문신 영상으로 촉발
韓 인종차별 발언에 현지 네티즌 대반격
국내 네티즌 '미안해요, 필리핀' 사과 운동도
필리핀 온라인 세상이 갑작스러운 혐한(嫌韓) 분위기로 시끄럽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욱일기 연상 문신' 영상이 양국 네티즌들의 감정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필이면 필리핀이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하는 날 설전이 벌어졌다.
10일 마닐라블루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약 200만, 틱톡 1,640만 팔로워를 거느린 SNS의 유명인(인플루언서) 벨라 포치씨가 6일 틱톡에 올린 영상이 화근이었다. 포치씨 왼쪽 팔에 붉은 햇살처럼 퍼진 문신이 일본 제국주의 상징 '욱일기'를 떠올리게 하자 한국 네티즌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포치씨는 이날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미국 음악에 영감을 받아 문신을 했다"면서 "상처받은 한국인들에게 미안하다. 문신을 제거하겠다"는 사과문과 사과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대부분 네티즌들은 포치씨의 사과를 받아들였으나 일부 한국 네티즌은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가난한 필리핀" "작고 무식하다" "못 생겼다" "후진국 백성" "못 배운 국민들" "속이 좁다" 등 인종차별 및 모욕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자 9일부터 필리핀 네티즌들이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당일 오후 6시 현재 '한국, 취소하라' '필리핀에 사과하라'라는 해시태그(검색용 키워드) 운동에 34만4,000여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한국 네티즌들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간 한류를 사랑했던 만큼 한국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이날(9월 9일)은 필리핀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일로 양국 인사들이 필리핀 국립묘지 참전기념탑에서 헌화 행사를 가졌다. 필리핀은 1950년부터 5년간 파병해 112명이 전사하고 229명이 부상을 입었다. 필리핀 네티즌들은 "못 배운 나라에서 당신네 전쟁에 참전해 100명 넘게 죽었다" "우리가 도운 사실을 잊지 말라" "우리 할아버지도 참전했다" 등 글을 올리며 한국 네티즌들을 성토했다.
현지 매체들도 이 사안을 다뤘지만, 전체적으로는 진정되는 추세다. 마닐라블루틴은 "양국 모두 과거 식민지였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 양국 역사의 유사성을 강조했고, 코코넛마닐라는 "한 사람의 실수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현지 한인 관계자는 "필리핀 정부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하거나 오프라인에서 반한(反韓)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니다"고 전했다.
국내에선 자성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미안해요, 필리핀'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하며 한국인들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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