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예비치, 복면 쓴 괴한들 침입 시도에
타국 외교관·기자들 급히 초청해 위기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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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한 아파트에서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9일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스크=로이터 연합뉴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벨라루스의 유명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9일(현지시간)자신의 집에 타국 외교관들과 기자들을 급하게 초청했다. 복면을 쓴 남성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알렉시예비치는 지난달 대선 결과에 불복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항하는 야당 조정위원회의 간부회 임원이다. 이날의 기지로 그는 유일하게 체포되지 않은 야당 지도부원이 됐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알렉시예비치가 자칫 복면을 쓴 괴한들로부터 납치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이에 따르면 알렉시예비치는 복면을 쓴 괴한들이 아파트에 침입하려고 시도하자 다른 유럽국가 외교관들과 특파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루카셴코 정부는 대선 이후 한 달 넘게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자 이를 주도해온 야권 인사들을 납치하거나 체포ㆍ추방하고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자신에게 닥칠 불상사를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지인들을 부른 것이다.
알렉시예비치의 부름에 10여명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안느 린드 스웨덴 외무장관은 "야권에 대한 납치와 체포, 강제 추방은 평화적인 시위를 심각하게 해치는 것"이라고 트윗하며 알렉시예비치가 현지 외교관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조정위가 봉기를 일으킨 게 아니라 나라가 반란을 일으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화를 시작하길 원한다"고 촉구했다. 조정위는 야권이 재선거를 통한 정권 이양 준비를 위해 만든 조직이다.
루카셴코 정부는 조정위를 정권 찬탈을 위한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납치ㆍ체포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실상 전국적으로 퍼진 반정부 시위의 기세를 꺾기 위함이다. 전날 조정위 간부회 임원이자 변호사인 막심 즈낙도 민스크 거리 한복판에서 복면 괴한들에게 끌려갔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즈낙은 지난 7일 BBC 인터뷰에서 "나는 느긋한 척하고 있지만 사실 매우 걱정스럽고 두렵다"고 호소했다.
앞서 야권 대표 여성 3인방 중 유일하게 남아 있던 마리아 콜레스니코바를 비롯해 조정위 소속 안톤 로드녠코프, 이반 크라프초프 등 간부회 임원 3명이 체포되거나 강제 추방됐다. 벨라루스 당국은 세 사람을 우크라이나로 강제 추방시키기 위해 차량에 태워 국경으로 향했고, 콜레스니코바는 강하게 저항하며 자신의 여권을 찢어 구금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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