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소유에 수천만원 대출까지 ... 경찰,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
편의점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을 살해한 ‘제주시 오일시장 살인사건’은 미리 흉기를 준비하는 등 계획적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평소 인터넷방송 여성 BJ에게 선물을 주며 돈을 탕진하고 수천만원의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12시 제주시 도두1동 이면도로 옆 밭에서 여성 변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뉴스1
제주서부경찰서는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강도 살인)와 함께 시신 은닉 미수, 절도, 신용 카드 부정 사용 혐의 등을 추가해 A(29)씨를 10일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시 도두1동 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B(39)씨를 살해하고,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범행 다음날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지난 4∼7월 택배 일을 하다가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며 택배 일을 그만둔 뒤 무직 상태로 지내다, 생활고에 시달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자신 명의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평소 인터넷방송 여성 BJ 수명에게 많게는 1회에 200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선물로 주며 돈을 탕진했던 점과 수천만원의 대출까지 있는 점 등을 볼 때 생활고가 아닌 당장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A씨가 지난달 28일 자신이 살고 있던 원룸 월세가 밀리자 흉기를 들고 집을 나온 후 본인 소유의 화물차에서 숙식하며 3일간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등 미리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을 또 범행 현장 주변 폐쇄 회로(CC)TV 분석 결과 A씨가 범행 5시간만인 지난달 31일 0시∼0시30쯤 휴대폰 빛을 이용해 범행 장소를 다시 찾은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시신을 5ｍ가량 옮기다 결국 포기하고 현장에서 사라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신을 감추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무거워 결국 옮기지 못하고 되돌아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 직후 훔친 피해자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식·음료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범행을 인정했으며, 계획적으로 강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피해자 아버지는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민속오일장 인근 30대 여성 살해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시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청원을 통해 “딸은 작은 편의점에서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 후 도보로 1시간30분 거리인 집까지 걸어서 귀가했다”며 “사건 후 알게 됐지만, 딸은 운동 겸 걸어왔다는 말과 달리 교통비를 아껴 저축하기 위해 매일 걸어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는 1톤 탑차를 소유하고 택배 일도 했다는데 일이 조금 없다고 교통비까지 아껴가며 걸어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끔찍한 일을 벌였다”며 “갖고 있던 흉기로 살인했다는 것으로 미뤄 계획 살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3일 자로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살해한 제주 20대 남성의 신상 공개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으며, 이날 오전 10시 현재까지 12만4,000여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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