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분석
"다만 풀린 돈 대부분은 현금, 단기자금 형태로 운용 중"
"자산시장 쏠림, 금융 불균형 유의해야"
한국은행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거 공급한 유동성이 대부분 코로나 충격 완화 용도로 기업 부문에 공급됐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공급이 자산가격을 올리고 가계의 ‘패닉 대출’을 더 유발한다는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대규모 돈 풀기는 불가피했고 나름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을 내놓은 셈이다.
한은이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시중 유동성 상황을 판단하는 통화지표인 광의통화(M2)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2019년 12월 7.9%에서 올해 6월 9.9%로 크게 상승했다.
다만 풀린 유동성의 대부분은 기업이 확보했다. 상반기 예금취급기관의 기업신용은 125조2,000억원 증가해, 통계 작성 이후 반기 기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가계신용 증가액(22조8,000억원)도 지난해 상반기(15조8,000억원)에 비해 1.4배 정도 늘었다. 하지만 6월 기준 총신용증가율 9.2%에서 기업신용이 차지하는 기여도(5.7%포인트)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가계신용 기여도는 1.5%포인트에 그쳤다.
기업이 대출해 간 돈의 대부분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영업활동에 활용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기업대출을 용도별로 보면, 기업 운영에 쓰이는 운전자금대출은 올해 상반기 중 분기 평균 44조9,000억원 증가해 2019년 분기 평균(13조7,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준으로 시설자금 대출은 15조3,000억원 늘어나 지난해(8조원)의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다만 빌린 돈이 대부분 현금 또는 단기금융상품의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가운데 언제든 쓸 수 있는 수시입출식예금ㆍ요구불예금 등으로 구성된 협의통화(M1)는 상반기 133조원 증가해, 전체 유동성(M2) 증가액의 80.7%를 차지했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단기자금이 자산시장으로 쏠릴 가능성, 금융불균형 유발 가능성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최근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됐지만, 비우량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은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봤다. 또 한은이 비우량 기업의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산업은행과 공동 운영 중인 특수목적기구(SPV)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총 1조550억원어치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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