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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노느니 재능 살려 한 푼이라도 벌자" N잡 몰리는 직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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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노느니 재능 살려 한 푼이라도 벌자" N잡 몰리는 직딩

입력
2020.09.10 16:28
수정
2020.09.10 16:3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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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원래부터 부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계기가 없었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욕심이 생겼어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손모(28)씨는 최근 '엑셀 노하우 e북'을 만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엑셀의 복잡한 수식을 다루는 손씨는 이전부터 재능을 살린 부업을 찾고 있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회사가 끝나도 회식 등으로 동료들과 어울리는 자리가 많다보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 19 여파, 특히 최근 거리두기 강화로 9시 통금이 시행된 뒤로는 퇴근 이후 여유가 생겼고, 부업을 생각하게 됐다. 손씨는 e북 제작이 끝나는 대로 악세사리 판매 등 후속 ‘N잡(본업 외 여러 부업을 갖는다는 뜻의 신조어)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직장인 라이프 사이클을 바꾸면서 'N잡'을 시도하는 '직딩'이 늘고 있다. ITㆍ유튜브ㆍ음악ㆍ악세사리 제작 등 평소 상상만 하던 N잡 인생에 직장인들이 가세한 계기는 역시 코로나19. N잡을 시작했다는 직장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회사 경영사정 악화 △저녁 여가시간 증가 △자아실현 욕구를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회사 경영 사정이 악화돼 더 이상 정년을 보장받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여가시간이 늘자, 그간 생업과 회식에 치여 외면했던 '과거의 꿈'에 관심을 쏟게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답답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이 생산적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직장인들의 N잡 러시는 ITㆍ예술 등 전문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경기 분당의 게임 회사 개발자 김모(29)씨는 지난달부터 창업을 위한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배운 게임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게임을 개발한 뒤 회사를 차리겠다는 의도다. 김씨는 "학생 때부터 창업을 하고 싶었고 업무 경험을 쌓겠다며 입사를 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회사 생활에 노하우가 생겼다"면서 "최근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며 여유 시간이 늘어 잊었던 꿈에 투자할 시간을 얻게 됐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운영이나 음악 활동에 눈길을 돌리는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29)씨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열고 자작곡과 유명 노래 커버곡 등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씨는 "대학생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저녁 시간이 늘어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최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완화되는 대로 멤버를 모아 밴드 활동으로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프리랜서 마켓 '크몽'에 따르면, 지난 3월 '서비스 등록수'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크몽은 디자인ㆍIT기술ㆍ글쓰기 등 전문 기술자들과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미술 전공자가 '20만원에 카페 간판을 그려준다'고 올리면 카페 창업주가 이를 보고 연락을 하는 식인데, 전업 프리랜서들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투잡 형식으로 이용한다. 크몽 관계자는 "여러 카테고리 중 '투잡 부업' 카테고리 서비스 등록 수가 지난 3월 이후 매달 4~5배씩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언택트ㆍ전문가ㆍN잡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시간 노동이 만연했던 한국 사회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가시간을 활용한 자아실현의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경험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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