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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남중국해가 복싱장이냐" 美 직격... 한국은 '참전 No'

입력
2020.09.10 15:20
수정
2020.09.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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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개막한 '제53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개막한 '제53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수위가 아세안 중심 다자 외교협의체인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또 한번 치솟았다. 미국은 우방국들과 손잡고 남중국해 인근에 뻗치는 중국의 힘을 누르려했다. 중국은 '미국의 개입이 남중국해를 복싱장으로 만든다'고 맞받았다.

EAS 외교장관 회의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호주, 인도 등 인도ㆍ태평양 지역 주요국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올해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상' 형식으로 9일에 열렸지만, 남중국해 분쟁은 물론 홍콩보안법 문제를 둔 미중 간 설전은 날카롭게 이어졌다.


中 "긴장 원인은 미국" vs 美 "많은 나라가 중국을 우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AP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AP 연합뉴스


10일 중국 외교부와 언론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회의에서 "미국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남중국해 지역에 개입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미국이) 무력을 과시하고 군사력을 강화해 영토 갈등과 해상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며 "남중국해는 복싱장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중국은 2012년을 전후해 남중국해 해역에 대한 역사적 영유권을 주장하며 'U'자 형태의 9단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의 반발에 미국이 힘을 보태면서 최근엔 미중 간 무력 시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과 아세안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막기 위해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을 구체화 하기 위한 남중국해 행동준칙(COC)을 조속히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남중국해 문제를 중국과 아세안 간의 문제로 좁혀 미국의 개입 여지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중국의 주장에 동조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반격했다. 그는 "중국의 위협적 행동을 우려하는 아세안을 포함한 많은 나라와 입장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홍콩보안법에 대해서도 "미국과 많은 나라들은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그 우방국들이 중국을 공히 견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 '줄타기 외교' 끝없는 고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화상으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화상으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남중국해 당사국이 아닌 한국은 원론적 입장만 표명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남중국해 내 항행의 자유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분쟁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세안 다수 국가들의 입장에 기초한 입장을 반복한 차원이다. COC에 대해서도 "국제법에 합치해야 한다"는 원론적 언급만 했다. 일각에선 한국의 '중립'에 중국이 초조해할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은 최근 미ㆍ일ㆍ호주ㆍ인도 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수준의 협력체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까지 내밀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국마저 미국에 기울 경우 인도ㆍ태평양 지역 내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게 중국의 우려다.

미중 사이 한국의 '줄타기 외교'는 이번 주 몇차례 고비를 맞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간 협의가 10일 예정돼 있다. 12일엔 인도태평양 지역 다수 국가가 참가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FR)이 열린다. '중국 포위망 구축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직ㆍ간접적 압박이 어떤 식으로든 한국 정부에 전달될 전망이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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