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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만 물에 얼굴을 담가 외모가 바뀐다면...

입력
2020.09.10 15:07
수정
2020.09.10 18: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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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성형 중독과 부작용을 통해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비판한다. 트리플픽처스 제공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성형 중독과 부작용을 통해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비판한다. 트리플픽처스 제공


처음부터 끝까지 돌직구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대한 직설이 잇따른다. 정서적 울림이 크지 않지만, 사회 비판은 묵직하고도 예리하다.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감독 조경훈)는 주제를 향해 거리낌 없이 직진한다. 주인공인 예지는 외모 콤플렉스가 심하다. 그럴 만도 하다. 하는 일은 연예인 메이크업. 외모가 곧 실력이고, 돈인 곳에서 볼품 없는 그의 외모는 곧잘 비난의 대상이다. 연예인 미리는 예지에게 눈에 띄지 말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고 물건까지 던진다. 예지는 우연찮게 음식 판매 홈쇼핑 방송에 출연했다가 악플에 시달리기도 한다.

낙담한 그에게 찰흙 빚듯이 얼굴을 쉬 바꿀 수 있다는 의문의 액체 ‘성형수’가 배달된다. 성형수의 효과를 본 예지는 욕망의 폭주를 거듭한다. 성형수 시술사에게 거금을 주고 몸에서 살을 찰흙 떼내듯이 덜어낸다. 외모가 변한 예지는 연예기획사의 스카우트 제안까지 받으며 새 삶을 도모한다.

영화는 외모지상주의를 독하게 비판한다. 외모 만능주의 시대의 희생자인 예지는 모습이 바뀐 후 외모 권력을 한껏 누린다. 돈이 많은 남자는 졸부 또는 마마보이로, 와인 대신 맥주를 시키는 남자는 거지로 취급한다. 외모로 계급이 형성되고, 외모의 위계에 따른 먹이사슬이 만들어지는 한국사회의 비정에 대한 표현이다.

권력에 취한 예지는 성형수에 중독된다. 부모님의 건강이나 경제 형편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미모를 가꾸고 유지해 권력을 휘두르며 그동안 느꼈던 서러움을 떨쳐내고, 사랑을 쟁취하려 한다. 영화는 예지의 역설적인 돌변을 지렛대로 성형과 외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편적이고도 모순적인 인식을 드러낸다.


20분만 얼굴과 몸을 담그고 나면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신비한 물이 존재한다면? '기기괴괴 성형수'는 성형수'라는 가상의 액체를 통해 성형 사회를 통박한다. 트리픅픽처스 제공

20분만 얼굴과 몸을 담그고 나면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신비한 물이 존재한다면? '기기괴괴 성형수'는 성형수'라는 가상의 액체를 통해 성형 사회를 통박한다. 트리픅픽처스 제공


성형수는 성형에 대한 은유지만, 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분 동안 얼굴 또는 몸을 성형수에 담그고 나면 원하는 대로 외모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할 뿐이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칼로 살점을 덜어내는 과정은 성형수술을 곧바로 연상시킨다.

영화는 예지가 성형수로 변신하는 모습을 통해 성형수술의 위태로움을 포착해낸다. 성형수 부작용으로 얼굴과 몸이 녹아내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기기괴괴’한 공포다. 모두가 외적 미를 추구하고 숭배하는 성형사회 이면의 살벌함을 영화는 성형수라는 가상을 액체를 통해 끄집어낸다.

영화는 인물의 심리 묘사나 인물 사이의 교감보다 성형이 만들어내는 공포에 더 공을 들인다. 서늘한 기운을 전하기 위해 비유보다 직설에 더 집중하니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은 쉽지 않다.

인기 웹툰 ‘기기괴괴’의 ‘성형수’편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애니메이션은 가족용으로 인식되곤 하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의 장르화 가능성을 타진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을 만하다. 9일 개봉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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