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건강한 성인은 맞을 필요 없어"
"방역 집중하려면 전국민 접종 필요" 반박도
질본 "코로나ㆍ독감 동시감염 국내 의심 사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증세가 비슷한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면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제주 등 일부 지자체가 전 주민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결정했다. 처음엔 과민 반응이란 지적이 있었던 전 국민 마스크 쓰기 열풍이 결과적으로 방역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됐던 것처럼, 불확실할 때는 과잉 대응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전 국민 예방접종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올가을 독감 예방접종 필요성을 둘러싼 혼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국내에도 독감과 코로나19 중복감염 사례가 나타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른바 '트윈데믹'(두 감염병의 동시 유행)의 우려마저 더해지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은 9일 브리핑에서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수급이 2,950만명분 정도로 예정돼 있어 전 국민이 다 맞을 수 있는 양은 아니기 때문에 우선순위분들이 먼저 접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국가 무료접종 대상이 아니라도 62세 이하의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은 예방접종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독감 무료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13세 △임신부 △65세 이상 노인과, 올해 무료 대상자로 새로 편입된 △14~18세 △62~64세다. 인구의 60%가 넘는 19~61세 성인은 만성질환이 있거나 임신하지 않은 이상 예방접종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된다. 중대본의 권준욱 부본부장도 전날 “독감은 타미플루 등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된 항바이러스제가 있기 때문에 국민 5,000만명이 모두 예방접종을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독감이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어서 건강한 사람까지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감 백신 효과는 50~60%에 그치지만 그래도 맞으면 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약한 노인이나 임산부에게 맞히는 것”이라며 “독감은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있어 걸려도 답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백신을 5,000만명분이나 준비할 필요가 없고 지금 와서 백신을 추가로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감과 코로나19 환자가 뒤섞였을 때 생길 수 있는 방역 혼란에 대비하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독감 접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신민호 전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내 업체들이 백신을 더 생산하도록 독려해야 하며 무료접종 대상을 늘리고 나머지는 유료접종이라도 맞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충분한 집단 면역을 갖춰 혼란 없이 코로나19 방역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논쟁에 가세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4차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해 전 국민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전 도민 예방접종을 결정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전 국민 무료 독감 예방접종은 면역력 저하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위험, 또 호흡기 질환 등으로 인한 의료체계 과부하를 사전에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된 사례가 해외에서 확인됐고, 국내에도 의심되는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독감과 코로나19가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할 경우 감염병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질본은 올해 초 국내에서 동시감염이 발생했느냐는 질문에 "국내 병원에서 중복감염 사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방역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갖고 판단한 사례가 아니라 명확히 국내에 (중복감염) 사례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질본은 중복감염이 이뤄져도 더 고통스럽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볼 근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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