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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국시 응시'로 돌아서지만… '공정시비' 두려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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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국시 응시'로 돌아서지만… '공정시비' 두려운 정부

입력
2020.09.09 19:5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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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단체행동 멀어지는 상황"
정부도 '국민 동의' 전제로 응시 길 열듯
공정시비 피할 수 없어 정부는 힘든 선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10명 중 7명이 동맹휴학과 의사국가고시 거부를 지속하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국가고시를 치러야 하는 본과 4학년생은 10명 중 8명이 반대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모습. 뉴스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10명 중 7명이 동맹휴학과 의사국가고시 거부를 지속하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국가고시를 치러야 하는 본과 4학년생은 10명 중 8명이 반대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모습. 뉴스1


일부 강경한 입장이던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들까지 모두 병원 복귀를 결정하면서 극심한 의정 갈등도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의사 국가고시(국시)을 볼 수 없게 된 2,700여명의 의대 본과 4년생 문제가 마지막 걸림돌로 남아있다. 의대생들은 국시 거부를 철회하고 응시 쪽으로 돌아서고 있고 정부도 '국민 동의'를 언급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국시 재접수 기회를 줄 경우 공정성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국시 '거부'→ '응시'로 돌아서는 의대생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그 동안 국시 응시를 거부해왔던 의대생들이 응시 쪽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뚜렸하다. 서울대 의대 학생회가 전날 재학생 884명을 대상으로 동맹휴학과 국시 거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745명ㆍ전체 학생의 84%)의 70.5%가 ‘단체행동을 지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특히 당장 국시를 치러야하는 본과 4학년은 81%가 단체행동에 반대했다. 이번 의대생 단체행동을 주도하는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단체행동 유지 여부 투표를 한 적은 있지만 의대가 개별 투표를 한 경우는 서울대 의대가 처음이다.

이 투표 결과는 다른 의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른 의대 여러 곳도 투표를 하는 등 단체행동 유지 여부를 논의 중이며 강경한 입장이던 곳도 현재 많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와 여론 설득, 시험 일정 조율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의대생들이 하루 이틀 내에는 꼭 결정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집단 행동 중지에 대한 공식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며, 의대협과 논의해 함께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협은 9일 오후 각 대학 대표들이 참여한 전체 회의를 열어 단체행동 방향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재접수 안 된다”던 정부 “국민 동의 선행”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국시 재접수에 대해 조금은 완화된 입장을 드러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시 재접수 등 의대생 구제책 마련에 대해 “국민의 동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로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시 재접수는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국민 동의’를 전제로 한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이다. 이광웅 위원장은 “만약 정부가 거듭해 ‘국시 재접수눈 절대 안된다’고 했다면 의대생들도 집단행동을 중지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퇴로를 마련해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이날 의대생 구제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하면서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재접수를 허용한다면 시험을 치르는 것은 가능할 전망이다. 국시를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이윤성 원장은 “응시를 거부했던 학생 2,700여명 전원이 실기시험을 보려면 11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시험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일정 조정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빨리 응시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생에 기회 주면 ‘공정성’ 갈등 심화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 입장을 철회한다고 정부가 즉시 응시 기회를 열어준다면 사회적 갈등이 크게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초 이달 1일이었던 시험 일정을 8일로 늦췄고, 4일까지였던 국시 재접수 기한을 이틀이나 연장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의대생들에게 두 차례나 기회를 줬다. 그럼에도 정부가 원칙을 어겨가며 세번째 기회를 준다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으로 확대된 공정성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엘리트 집단인 의대생들에게만 유독 유연한 정부를 여론이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의대생을 구제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국시 접수 취소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에는 48만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또 리얼미터가 전날 5,786명에게 ‘국시 미응시 의대생 구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52.4%가 '반대'했다.

정부도 이런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 손 대변인은 “국가시험은 수많은 직종과 자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치르고 있기 때문에 추가 접수는 다른 이들에 대한 형평과 공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구제하지 않을 경우 매년 3,000여명 넘게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내년에는 300명으로 급감하고, 2022년에는 5,000명 넘게 배출되는 등 의사 공급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당장 내년에 오지나 섬 등 지역 보건소에서 근무할 공중보건의가 부족해져 주민들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하든 후유증을 피해갈 수 없는 딜레마에 놓인 것이다.



남보라 기자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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