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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 극우의 계산

입력
2020.09.0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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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8 ?15 집회의 충격파를 보고도 극우 단체들이 개천절 도심 집회를 추진 중이다. 심지어 역학조사 회피를 위해 휴대폰 전원을 끈 채 참석하라고 독려하더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까지 걸고 넘어졌다. 그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직권남용, 불법체포 감금 교사 등 혐의로 고발했다. 국경 폐쇄 요구를 묵살해 '우한 폐렴'을 퍼뜨려 국민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국민들에게 의미 없는 검사를 강요했다는 등의 주장이다. ‘관종(관심 종자)' 심리가 작동한 적반하장의 노이즈 마케팅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들은 줄곧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비난하며 석방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갈수록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뒷배’ 역할을 하던 보수 정당마저 거리를 두자 활동의 초점을 코로나19 위기로 바꿨다. 국민적 관심사인 국가 방역 이슈에 보수 진영의 ‘반(反) 문재인’ 정서를 교묘히 결합시켜 자신들의 생존력과 영향력을 지속하려는 속셈이다.

□사회의 주목을 끌려는 극우의 관종 심리 자체를 뭐라 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과학의 영역에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이라 말하기조차 민망한 억지와 궤변을 가져다 붙이는 막무가내가 단순 소음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점점 소외되는 데서 오는 불만 해소, 존재감 과시 등을 통한 관종 욕구 충족을 위해 시민 생명과 안전을 내팽개친다면 결국 부메랑이 될 뿐이란 걸 그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극우들이 ‘광란의 굿판’을 획책하는 것은 그렇게 해서라도 관심이 모여야 주머니도 두둑해지기 때문이다. 혐오와 배제, 모욕과 조롱의 언어를 경쟁적으로 강화하며 퍼뜨릴수록 관심(조회 수, 구독자 수)이 높아지고 그것이 곧 돈이 되는 ‘SNS 비즈니스’다. 여기에 그럴싸한 언설로 슬쩍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끼워넣어 갈등과 대립 구도를 만들면 금상첨화다. 구독자 10만, 20만이면 ‘뒷광고’도 가능하다. 전직 국회의원 정도면 금세 ‘유튜브 셀럽’이 될 수 있다. 회비나 기부금으로 연명하던 극우에게 관종은 심리 차원에 머물지 않고 활동 유지의 중요한 물적 토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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