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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부른 항체치료제  발표

입력
2020.09.10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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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입니다.

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책임진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직원들은 과학자인 동시에 행정가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것이 비록 사실이라 해도 학자들처럼 냉정하고 암울한 전망만 내놓을 수 없다. 감염병과의 긴 싸움으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도 가끔 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중대본은 지금까지 꽤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8일 오후 느닷없이 이뤄진 항체치료제 개발에 대한 중대본의 발표는 아쉬웠다. 중대본은 이날 특정 바이오업체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1상을 통과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상과 3상 시험계획을 심사 중이며, 9월 중 상업용 치료제 대량생산이 계획돼 있다는 상세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미리 배포된 보도자료에 적힌 내용으로 브리핑의 질의응답 중 어쩌다가 나온 말이 아니었다. 즉흥적이지 않았고, 공식적인 숙의과정을 거쳐 발표된 내용이라는 뜻이다.

권위 있는 방역당국의 발표는 해당 항체치료제의 약효가 믿을 만하고 임상 통과 전망도 밝다는 뜻으로 시장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특히 항체치료제의 대량생산 사실을 시기까지 못 박아 공개했기 때문에 발표 직후 해당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업체 주가가 급등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중대본은 같은 날 오후 늦게 ‘대량생산할 물질은 상업용이 아닌 생산공정 검증용’이라고 보충 설명했고 이후 관련 주가는 9일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8일 보도참고자료 캡처. 항체치료제 개발 상황이 설명돼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8일 보도참고자료 캡처. 항체치료제 개발 상황이 설명돼 있다.


이날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이 치료제 배경 설명이 충분치 못했다며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유감을 밝혔지만, 벌써 피해를 봤다는 소액투자자들은 방역당국의 입을 원망한다. 바이오주(株)가 작은 호재와 악재에도 출렁인다는 사실을 잘 아는 당국이기에 ‘발표가 성급했던 것 같다’며 전문가들마저 고개를 갸우뚱한다.

희망을 주려던 중대본의 선의로 해석하고 싶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거리두기 강화와 완화의 반복에 시민들은 두려움과 피로감을 느낀다. 이런 고리를 끊을 유력한 수단인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소식은 갑갑한 오늘을 버틸 힘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민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전망을 원하는 건 아닐 것이다. 희망에 인색하지 않으면서도 과학자답게 절제된 중대본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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