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누가 보나요?" 올해 3월 코로나로 휴교 휴원 조치가 내려지자 워킹맘들은 비명을 질렸다. 학교나 유치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엄마 아빠가 연차 휴가, 돌봄 휴가를 냈고, 도우미는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육아의 손길을 보탰지만 돌봄 공백의 마지막 책임자는 엄마였다.
간신히 공포의 봄을 넘겼건만, 8월 25일 또 '랜선 등교'가 시작돼 워킹맘들의 공포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 휴교 때 이미 각종 휴직과 휴가를 소진한 터라 막막함이 더 하다. 랜선등교가 전격 발표된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최대한 신속한 긴급돌봄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통과로 돌봄무급 휴가가 10일 더 연장돼 숨통이 약간 트일 것 같지만 9월 11일까지 예정된 온라인 수업과 제한 등교는 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직장에서 감염 위험을 줄이고 아이들 돌봄을 위해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면서 재택근무를 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게 워킹맘들의 경험담이다.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는 랜선등교 학생들은 온라인 커리큘럼을 견디기엔 인내심에 한계가 분명했다. 또 온라인 교육 운영체계도 말이 온라인이지, 옆에서 시중들어 줄 어른이 필요하긴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된 디지털 기기가 없는 아이들이나, 보호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서 시간을 보냈다.
휴가도 재택도 어려운 부모들은 출근을 하면서 긴급 돌봄을 이용해 볼 수 있으나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따른다. 최근 어린이 집에서 원아와 교사가 감염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형편이다. 비용을 부담하면서라도 학원을 선택해 보지만 감염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긴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코로나 랜선등교 시대 워킹맘에게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젊은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내고 육아에 동참하지만 여전히 아이 돌보기는 엄마의 몫으로 남아 있다. 여성 임금이 남성의 65% 정도에 머무르는 현실에서 주 소득자인 남성이 직장에 남는 선택은 자연스럽다. 휴가와 재택근무로 버티면서 돌봄을 해결해보다가 휴직에 들어간 여성들이 복직하는 경우가 절반 이하다. 여성의 몫으로 돼 있는 육아부담은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여성들이 집중돼 있는 자영업과 서비스 업계의 위축으로 여성의 실직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여성경제활동참여에서 한국은 155개국 중 127위다. 직장여성의 승진을 막는 유리천장은 OECD 국가 중 가장 두껍고, 임금격차도 제일 크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위상을 고려할 때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3월 '코로나가 아시아여성들에게 더 가혹하다'는 주제의 방송에서 한국 여성들의 육아 독박이 실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지적했다. '모든 재난은 성차별을 심화시킨다'는 말은 다시 한번 맞다.
장기화가 예상되는 팬데믹 시대에 사회 모든 부분에서 '뉴노멀'을 탐색 중이다. 낯선 세상에서 지속가능한 돌봄의 뉴노멀은 어떤 것일까? 아이들 뿐 아니라 약자를 돌보는 일을 어떤 방식으로 조직할 것인가?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산업시대 성별분업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판치는 비대면 시대에도 견딜 수 있는 새로운 돌봄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