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수뇌부ㆍ방산업체 결탁 발언도 논란
에스퍼 국방장관 불신, 교체 여부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이은 군 저격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참전용사 조롱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군 수뇌부와 방산업체의 결탁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공개되면서 대선 쟁점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군 리스크’가 선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군 장병들은 나를 사랑하지만 펜타곤(국방부)의 고위 인사들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전쟁해서 폭탄과 비행기 등을 만드는 훌륭한 회사들을 기쁘게 만드는 일만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 수뇌부를 향해 이권 거래를 하고 있다는 듯한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이번 발언은 군심(軍心)을 더욱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018년 11월 프랑스 방문 당시 미군 전사자들을 일컬어 “패배자” “호구”라고 말했다는 보도(애틀랜틱)가 나와 비판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짐승이나 그런 말을 할 것”이라며 “나보다 군 그리고 군에서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더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고 재차 부인했지만, 군을 다시 건드린 꼴이 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백악관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나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아닌 군산복합체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존 커비 전 미 해군 소장은 “트럼프의 언급은 군 수뇌부와 장병의 헌신을 깎아 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CNN방송도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군 수뇌부에 전례 없는 공격을 가했다”고 해석했다.
그의 발언은 최근 국방부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 불거져 군을 더욱 동요시키고 있다. 한 때 트럼프의 ‘예스맨’으로 통하던 에스퍼 국방장관이 미 전역으로 번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군을 동원하겠다는 트럼프의 방침에 반기를 든 이후 백악관과 국방부는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여기에 7일 트럼프가 에스퍼 장관 후임으로 로버트 윌키 보훈장관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와 둘 사이가 틀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CNN은 “트럼프는 참전용사 조롱 발언과 관련해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에스퍼 장관을 한층 불신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트럼프도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상당히 침울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애틀랜틱 보도가 공개된 3일 그는 메도스 비서실장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 취재진에게 전하라”는 지시를 했고, 지난 주말 내내 괴로워했다고 한다. 방송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군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공포가 트럼프를 곤혹스럽게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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