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 출간
온라인에 ‘이미지와 다른 연예인들’이라는 제목으로 떠도는 글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장기하 자취 안 해봄”이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대표곡 ‘싸구려 커피’가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시궁창 같은 자취생의 일상을 적나라하고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말이다. 더구나 이 곡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에 선정됐고 인디밴드로서는 드물게 음반 판매량이 1만장을 돌파했다. 이후 1960~70년대풍 노래를 선보이며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란 별칭까지 얻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되물을 수밖에 없다. 장기하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밴드 생활을 마무리한 지 1년 반이 지나 내놓은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는 그 대답 중 하나다. 인간 장기하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전국민적 히트곡을 보유한 밴드의 리더이자 각종 매체에서 유려한 말솜씨를 뽐내왔던 그가 돌연 책을 쓰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답답해서”다. 9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장기하는 “내 생각이 말과 가사로 전부 표현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래와 말로도 그가 미처 다 표현하지 못했던 이야기는 가령 이런 것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에, 2017년 작고한 장하구 전 종로서적 회장의 손자이자, 꾸준하게 대중적 사랑을 받은 뮤지션으로 탄탄대로의 삶을 살아왔을 것 같지만, 실은 그는15년째 국소성 이긴장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의지와 상관 없이 신체 특정 부위에 이상 긴장이 생기는 이 병으로 인해 그는 오래 전 프로 드러머의 꿈을 접어야 했고, 한몸과도 같았던 기타도 놓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하는 “그리 절망스러운 단념은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드럼을 놓았기에 밴드를 시작할 수 있었고, 기타를 포기했기에 하세가와 료헤이(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양평이형'으로 알려졌다)라는 훌륭한 기타리스트를 섭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다”를 인생의 철학으로 삼고, ‘자연스러움’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는 그는 억지를 부리지 않는 삶을 내세운다.
장기하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 중 실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 많다”며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나를 괴롭히는 문제에 대해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면서 제목이 된 책의 주제에 대해 설명했다.
“멀티 태스킹이 안 되는” 탓에 그간 책 쓰느라 음악 작업을 못했다는 그는, 이제 책을 썼으니 당분간은 음악작업에만 몰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핵심적 정체성은 저의 ‘말’이 될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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