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균 소재는 어떻게 바이러스를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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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 소재는 어떻게 바이러스를 막을까?

입력
2020.09.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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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대로 바이러스와 정면 대결
항균 소재 확산을 통한 항균의 일상화 대두
항균 금속 이온이 세포막 제거해 세균 증식 억제
최근 플라스틱·섬유 등 항균 소재 문의 급증

생활 속에서 적용되고 있는 항균 소재들. 롯데케미칼 제공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생한 지도 벌써 9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전 세계적 확산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포스트 코로나’ 대신 ‘위드 코로나’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코로나19에 지친 체념의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 나아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로 인한 전염병과의 전면전 선포에 가깝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경험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파고든 미래를 예측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위드 코로나’란 표현에는 “바이러스야, 올 테면 와봐라. 우리는 너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라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백신과 치료제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보루’일 수밖에 없다. 이미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개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는 생활 방역은 훌륭한 방어체계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애초에 전투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일 터. 바이러스의 기세를 꺾고,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건 바로 ‘항균’의 일상화다.

항균이란 사전적으로 ‘물건의 표면에 미생물의 번식이나 생성을 막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게 아니라 증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특정 소재가 항균 소재로 인정받으려면 99% 이상의 세균 억제력을 지녀야 한다. 예를 들어 균이 10만개 증식될 수 있는 인위적 환경을 만든 뒤 소재 표면에서 1,000개 이하로 증식이 억제돼야 항균 소재로 인정받다. 곰팡이의 경우 아예 자랄 수 없는 환경이어야 한다.

항균 소재를 만들기 위해선 특정 소재에 항균제를 코팅하거나 소재의 원료에 항균제를 컴파운딩해야 한다. 컴파운딩이란 고분자재료의 원료물질을 적절한 혼합비로 섞어 재료를 생산하는 공정을 말한다.

플라스틱이나 섬유 등의 소재에 항균 기능을 부여하는 항균제는 재료에 따라 유기항균제와 무기항균제로 나뉜다.

유기항균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떠올리면 된다. 주로 액상 상태이며 항균력의 지속성이 짧아 단시간 내에 향균력이 필요한 용도에 적용된다. 염소계, 페놀계, 암모늄계 등의 유기항균제는 열에 약해 플라스틱 소재 등의 모양을 만들 때 파괴되기 때문에 항균 소재에 활용하기엔 부적절하다. 게다가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물질이 많아 최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는 무기항균제가 주로 쓰이는데 은, 구리, 망간, 아연 등의 금속이 이에 속한다. 예전부터 은수저나 구리가 포함된 놋그릇을 사용했던 것도 이런 금속들의 항균 기능을 활용한 사례다.

그러면 이런 무기항균제는 어떤 원리로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걸까? 이 물음의 답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세균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세균은 유전정보를 지닌 염색체를 세포막과 세포벽이 감싸고 있는 형태인데, 그 사이에는 세포질액이 채워져 있다. 세포막이나 세포벽이 공격을 받게 되면 세균은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한다. 우리가 손을 씻을 때 물로만 씻지 말고 비누로 씻으라고 강조하는 이유 역시, 맹물은 기름막 형태인 세균의 세포벽을 파괴할 수 없지만 비누는 기름을 물에 녹여 세균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항균 소재 속에 함유된 금속 이온은 세균의 세포막을 제거해 증식을 억제한다. 효성 제공

무기항균제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세포벽과 세포막을 타깃으로 한다. 소재의 표면에 균일하게 분포돼 있는 무기항균제의 이온이 세균의 표면에 달라붙으면 이온이 녹으면서 세포벽을 제거한다. 이어 세포막 및 효소 등 세포를 둘러싼 단백질과 결합한 이온은 세균의 에너지 대사를 저해하고 내부구조를 변화시켜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소재 산업 분야에서는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한 항균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전 및 주방ㆍ생활용품 업체에서 항균 소재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중에는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개발한 ‘에버모인’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항균 소재를 찾는 비율이 5배 가량 늘었다”며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하면서 안전 검증이 까다로운 의료용 제품부터 위생·주방용품, 생활가전 등에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항균 플라스틱 소재 시장이 갈수록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마켓 앤 마켓이 2018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항균 플라스틱 시장은 2018년 296억달러에서 2023년 431억달러로 연평균 7.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 발표한 자료임을 감안하면 항균 플라스틱 시장의 실제 성장세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항균사의 단면을 확대한 모습. + 모양의 섬유 조직 안에 검은 부분이 항균제 입자들이다. 태광산업 제공

섬유 업계도 항균사 개발과 생산에 한창이다. 태광산업은 최근 은 이온을 포함한 항균사 브랜드 ‘에이스프레쉬 플러스’ 개발에 나섰다. 섬유 표면에 항균 코팅을 한 것이 아니라 섬유 내부에 항균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세탁 후에도 항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태광산업은 마스크, 이너웨어, 스포츠웨어, 침구류 등에 활용 가능한 항균사를 올해 안으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효성티앤씨의 에어로실버 역시 항균 기능을 내세운 섬유 제품이다.

생리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교수가 그의 명저 ‘총, 균, 쇠’에서 말한 것처럼, 사실 세균에 의한 전염병은 인류가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면서부터 늘상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 ‘위드 바이러스’는 어쩌면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인류는 세균, 바이러스,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결코 움츠러들거나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선봉에 선 항균 기술 역시 나날이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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